국제행사 유치 위해 해외 다니며 홍보전…공모 사업 발표자로 등장하기도
'미래 먹거리·일자리' 창출 매진…지역특색 맞는 사업 발굴에도 힘써
"치적쌓기 골몰한 사업 안돼…10년, 20년 내다보고 지역실정 맞는 사업 추진해야"

[※편집자 주: 민선 8기가 내달 1일 출범 1년을 맞습니다.

지방권력의 정치지형이 바뀌면서 전임자 정책이 폐기되고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개발 등 지자체 수장들의 야심 찬 사업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여전한 구태와 갑질, 과잉 의전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민선 8기 1년을 되돌아보고, 남은 임기를 위한 개선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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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취임 1년째를 맞은 민선 8기 단체장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저마다 새로운 정책을 속속 내놓으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균형 발전, 예산 확보, 지역 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단순히 지시만 했던 예전과 달리, 국가 공모 사업 발표자로 등장하거나 해외를 돌며 외교·홍보전에 나서는 등 발품을 팔며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 조성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다만 '치적 쌓기'만을 위한 사업 추진은 금물이며, 지역사회의 먼 미래를 내다보고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 호소하고 발표하고…이젠 직접 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당시 2차 경쟁 발표에서 연사로 나서 부산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9월에는 미국과 멕시코, 10월에는 일본을 찾아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를 당부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에는 프랑스와 스위스를 방문해 유치 활동을 했고,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돌며 외교전을 폈다.

5월 초에는 독일과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했고, 지난 18일부터 프랑스와 슬로베니아, 영국을 잇달아 방문해 엑스포 유치 교섭 활동을 벌였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취임 이후 국가 공모 사업 때마다 마이크를 직접 잡는다.

김 지사는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하이퍼튜브 성능시험장' 부지 공모 선정 심사를 앞두고 열린 평가위원회에 발표자로 등장했다.

공모를 진두지휘한 김 지사는 특유의 호소력으로 전북의 장점을 알려 경쟁 지자체들을 제치고 사업을 거머쥐었다.

지난달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 심사에서 직접 발표에 나섰다.

김 지사는 전문가들과 밤샘 회의를 통해 발표 내용을 숙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강원특별자치도법 심의 일정이 지연되면서 '5월 입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국회 앞에서 텐트 농성을 벌이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농성 이후 여야가 심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개정안 심의는 급물살을 타 국회 행안위, 법사위, 본회의를 단 이틀 만에 통과했다.

강원도는 벌써 2차례 특별법 개정으로 군사, 농업, 환경, 산림 등 4대 규제를 해소할 수 있는 특례를 담아냈고, 이달 말까지 3차 개정 법안 마련을 추진해 고도의 자치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 미래 먹거리·일자리 발굴에 '총력'
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 이후 대구가 향후 50년간 먹고 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대구 공항을 대체할 새로운 하늘길을 개척해 한반도 3대 도시로 나아가는 '미래 번영 대구'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다.

홍 시장은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성과에 그치지 않고, 2030년으로 예정된 개항 시기를 2년 앞당길 수 있도록 공항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신공항은 인천공항에 집중된 여객·물류의 30% 이상을 책임지고, 미주와 유럽을 드나드는 3.8㎞ 이상 활주로를 갖춘 글로벌 첨단 물류 중심 여객 복합공항으로 조성한다.

홍 시장은 군위 일대 공항 주변의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감면 혜택을 적용해 국내 최초 '규제 프리존'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물류 중심 초거대 첨단산업단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1년간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았다.

경북도는 지난 3월 신규 국가산업단지 후보지로 경주(소형모듈 원자로(SMR)), 안동(바이오 생명), 울진(원자력 수소) 등 3곳이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이들 국가산단 3곳이 조성되면 경제적 파급효과는 1조9천억원, 가동 때는 20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도는 내다봤다.

이 지사는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 구미 반도체 소재부품 특화단지 지정에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또 '1개 시군, 1개 호텔'을 목표로 강과 산, 바다 등 빼어난 자연환경이 있는 곳마다 호텔 건립도 추진 중이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상장기업 유치·육성을 위한 정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상장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도 이외 투자기관을 초청해 펀드 투자상담회도 열었다.

수도권 성장 유망기업 3개 사와 본사 이전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오 지사는 제주를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선도 지역으로 조성하고, 옛 탐라대 부지를 신성장산업 거점과 균형발전 상징으로 만들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여기에 청정자원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에도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바이오·모빌리티·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세계 초일류 도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데에도 매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데 이어 APEC 정상회의까지 개최하면 300만 인구와 750만 재외동포가 함께하는 한인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 지역에 가장 잘 맞는 정책을 찾아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2010년 서울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하며 돌연 중단된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업그레이드한 2.0 버전의 후속 정책으로, 약 13년 만에 다시 한강 대규모 개발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함께 누리는 더 위대한 한강'을 비전으로 4대 핵심전략, 55개 사업을 추진한다.

4대 전략은 자연과 공존하는 한강, 이동이 편리한 한강, 매력이 가득한 한강, 활력을 더하는 한강이다.

이를 위해 높이 180m의 대관람차 '서울링'을 필두로 수상 곤돌라, 항만 시설, 보행교, 산책로 등을 한강 곳곳에 조성할 예정이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연안 중심 국가 성장전략으로 인해 중부 내륙지역이 각종 혜택에서 소외돼 사회 양극화, 농촌소멸 등 국토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중부내륙 연계 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정우택 국회의원 등이 지난해 12월 29일 공동 발의한 중부내륙특별법은 그동안 개발 정책에서 제외돼 불이익을 받은 중부내륙의 발전과 권리 회복,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충북도는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토론회, 학술대회, 서명 운동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 중이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경남을 우주항공 특화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경남은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70%를 차지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전문기업이 다수 들어서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KAI가 있는 사천에 우리나라 우주항공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개청을 약속하면서 명실상부한 우주항공산업 중심이 되겠다는 각오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빈틈없는 생애주기 통합돌봄 서비스망 구축을 목표로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을 추진 중이다.

통합돌봄은 질병, 사고, 노쇠, 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할 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기준 중위소득 85% 이하 소득자는 연간 150만원 한도에서 무료로, 소득 기준을 초과하는 시민은 본인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4월 시행 후 2개월 만에 3천498건의 돌봄 요청이 접수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서남권 발전에 역점을 두고 광주와 영암을 잇는 초고속도로(아우토반) 건설을 추진 중이다.

또 목포 구도심에서 하당, 남악, 오룡을 잇는 차세대 친환경 대중교통 시스템인 '전남형 트램'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김 지사는 아우토반과 전남형 트램이 건설되면 서남권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핵심 공약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와 경기국제공항 유치에 힘쓰느라 분주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경우 올해 비전 수립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2025년까지 특별법을 제정·보완하고, 2026년 7월 출범하겠다는 목표다.

[민선8기 1년] ② '엑스포·특별자치도·특화단지'…단체장들이 직접 뛴다
도의회도 지난해 12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추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해 지원하고 있고, 관련 특별위원회 구성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경기국제공항 유치를 위해 관련 조례안을 제정하고, 1억9천800만원을 들여 타당성용역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적 쌓기'만을 위한 투자 유치나 사회기반시설(SOC) 중복 건설을 경계하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김경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지방소멸'로, 지자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앞으로 추진 중인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10년, 20년을 내다보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주변 산업·교육 환경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만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사정에 어울리지 않는 SOC나 기업 유치에만 골몰하면 미래 세대에 또 다른 숙제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영규 이승형 김소연 이해용 황봉규 전창해 노승혁 신민재 고성식 최찬흥 허광무 형민우 고현실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