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업문화 수립' 강조…고질적 '파벌싸움' 등 개선 평가
비은행 강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아직 성과 없어
금융당국과 '밀월관계'…'관치금융 선봉'에 타금융사는 '불편'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오는 7월 1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위원장 출신으로 우리금융 경영을 책임지게 된 임 회장에게는 고질적인 내부 파벌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세워나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따른다.

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는 아직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역점 추진 사항에 앞장서는 등 사실상 '관치금융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파벌싸움·정치권 줄대기 등 고질병…조직문화 개선에 최우선 노력
지난 3월 24일 열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우리금융 최고경영자(CEO)로 정식 선임된 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면서 "인사평가 및 연수제도,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임 회장 선임 당시 기대와도 일치한다.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힘 있는 외부 인사인 임 회장이 기존 한일·상업 파벌 싸움과 자리 나눠먹기, 정치권 줄 대기 등 우리금융 내 고질병을 고칠 적임자로 기대해왔다.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취임 100일을 앞둔 현재 임 회장의 조직문화 개선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회장은 지주 내 주요 CEO 선정 시 절차적 투명성과 중요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 심층 인터뷰와 평판 조회, 업무역량 평가, 심층 면접 등을 뼈대로 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차기 우리은행장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낙점했다.

두 달여 간에 걸친 선정 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파벌 다툼이나 흑색선전 등의 부작용은 최소화됐다.

임 회장은 향후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우리금융 기업문화와 혁신의 중요과제로 삼아 매뉴얼화해 나가기로 했다.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직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직원들이 본부장은 몰라도 주요 임원이나 CEO 등은 줄이 없는 한 '내 자리가 아니야'라고 생각했었다"면서 "(이제) 본부장만 되면 (CEO에) 도전할 수 있는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대대적 조직문화혁신을 위해 회장 및 자회사 최고경영자(CEO)협의체인 기업문화혁신 태스크포스(TF)를 직속으로 신설했다.

임 회장은 TF에서 주요 계열사 CEO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펼치는 등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에 앞장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 '증권사 인수'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는 '아직'
새로운 기업문화 수립과 함께 임 회장은 취임 당시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또 하나의 목표로 내걸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자 한다"면서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고, 비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는 등 그룹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조직개편에서 증권사 인수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지주 내 미래사업추진부문도 신설했다.

임 회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균형 있는 수익구조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며 "위기 속 기회를 찾아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다만 취임 100일을 앞둔 현재까지도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은 1분기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이 12%가 넘고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5.28%로 주요 금융지주사 중 가장 낮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출자여력이 크다고 판단한다.

즉 우리금융의 실탄은 충분한 셈이다.

문제는 현재 시장에 우리금융이 인수할만한 마땅한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유력한 매물 중 하나로 거론됐던 유안타증권 인수 등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현재까지 외부로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보험사 인수도 마찬가지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우리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9천113억원)은 NH농협금융(9천471억원)에도 뒤처지면서 5대 금융지주의 끝자리로 밀려났다.

기업문화 개선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정작 본업인 금융업 경쟁력 강화와 관련해서는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 금융당국과 밀월관계?…'관치금융 선봉' 비판도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전임 손태승 회장의 경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고, 이후 연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전 회장의 연임 도전 포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은 다른 어떤 금융사보다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말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했다.

이후 4월 초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에서 열린 전통시장 상인 금융 환경 개선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 지난 12일 우리금융상암센터에 열린 합동 소방훈련 등의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들 행사 때마다 임 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이 지난 5월 외부에서 열린 보이스피싱 피해예방 간담회에서 이 원장과 한 번 자리를 함께했고, KB금융 윤종규 회장과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지난 5월 금융권 공동 해외투자설명회 동행 외에 국내에서 공개된 '양자 만남'이 없었던 점과 비교된다.

같은 관료 출신이지만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은 취임 이후 이복현 원장과 '양자 만남'이 아예 없었고, 이 원장도 농협금융이나 은행 영업점 등을 방문하지 않은 것과도 대비된다.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이 금융당국의 관치금융 선봉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타 금융사로부터 흘러나온다.

우리금융은 전세 사기 피해가 사회문제로 거론되자 주요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지난 4월 20일 피해자들을 위한 금융·비금융 지원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문제는 우리금융의 지원책 발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전에 금융당국에서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우리금융이 요청한 가계대출 규제 한시적 예외 적용, 관련 대출 부실에 대한 면책 적용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는 점이다.

아직 요청한 사람은 없는데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이 먼저 나온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이 사전 논의를 한 뒤 우리금융이 총대를 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시 '관료 출신 임 회장을 선임한 것은 이럴 때를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위기가 다른 금융사들 사이에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주요 은행과 금융지주는 상생 금융이나 청년도약계좌 등 금융당국의 핵심 추진사항과 관련해서는 우리금융이나 우리은행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100일 임종룡, 조직문화 개선…'당국 코드맞추기' 논란도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29일 예정된 우리카드 상생금융 관련 행사에 또 참석한다.

역시 임 회장도 참석해 이 원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 원장이 이례적일 만큼 우리금융 산하 은행 및 카드 등 점포를 자주 방문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주요 은행을 돌며 상생금융안을 요구했던 이 원장이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업계에도 비슷한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그 신호탄이 우리카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은행과 달라 상생금융 여력이 크지 않다"면서도 "아직은 비슷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카드사가 없지만 우리카드 행사에서 어떤 발표가 있을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