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친환경 생산…농약·화학비료 대신 '순환농법' 도입
단백질 함량 높고 찰기 적당해 '인기'…긴꼬리투구새우, 잡초 제거 '한몫'

[편집자 주 = 우리나라 농업은 농업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등에 직면하면서 지역을 불문하고 녹록지 않은 실정입니다.

경남에서도 농업인력과 경지면적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신선 농산물의 수출 실적은 국내 최상위권에 속하는 등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와 농협, 농가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농가를 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작물을 소개하고, 재도약을 준비하는 농업 현장의 모습을 매주 한 차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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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경남농업](18) 황금들판 우렁이농법 산청 메뚜기쌀…"안전 먹거리"
'메뚜기도 한 철'이라는 말처럼 메뚜기는 옛날 농촌에서 추수철이 되면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곤충이었다.

아이들이 누렇게 익은 들판을 누비며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는 것은 옛 시골의 정서와 삶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모습이었다.

가을철이면 황금색 들판에 울려 퍼지던 메뚜기 울음소리는 농약 등 화학물질 남용으로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경남 산청의 대표 농산물 중 하나인 '차황 메뚜기쌀'은 메뚜기가 벼와 함께 누렇게 익어가던 그때 그 시절을 되살리겠다는 바람이 담긴 쌀이다.

차황 메뚜기쌀을 생산하는 차황면 일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청정한 자연환경을 활용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오랜 기간 돌을 쌓아 만든 계단식 다랑논과 황매산 자락의 청정한 자연환경을 활용해 메뚜기가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차황면 농민들은 1995년 자신들이 재배한 쌀에 '차황 메뚜기쌀'이란 이름을 붙여 브랜드화했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8) 황금들판 우렁이농법 산청 메뚜기쌀…"안전 먹거리"
산청군과 산청농협도 친환경 쌀을 널리 알리기 위해 1990년부터 차황면 일원에서 '산청 메뚜기축제'를 열고 있다.

현재 차황면에서는 약 20개 농가가 50여㏊에서 한해 500여t을 생산, 연간 2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품종은 '추청(秋晴)'으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찰기도 적당해 좋은 밥맛을 자랑한다.

당일 도정을 원칙으로 학교급식 납품, 부산YWCA, 군 직영 '산엔청쇼핑몰' 등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메뚜기쌀을 재배하는 농민들이 철칙으로 삼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순환농법'이다.

친환경농법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축산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순환·보완해가며 환경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 때문에 차황면 농민들은 제초제 등을 절대 사용하지 않고 벼와 밭작물을 재배한다.

대신 모내기를 한 뒤 논에 우렁이를 투입해 잡초를 없애는 '우렁이농법'을 쓴다.

수확하고 남은 볏짚과 옥수숫대 등은 전량 지역 축사 농가 조사료로 보급한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8) 황금들판 우렁이농법 산청 메뚜기쌀…"안전 먹거리"
친환경 볏짚과 옥수숫대를 먹고 자란 가축은 자연스럽게 친환경축산물이 되고, 이런 가축 분뇨는 퇴비로 만들어 다시 논밭에 뿌린다.

일상에서도 환경 보호를 위해 화학 공정으로 만든 샴푸·비누·치약·세제 등을 쓰지 않을 정도로 엄격하다.

무엇보다 차황면을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 가장 큰 농업 경쟁력이다.

이곳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싼 오목한 그릇 모양의 분지로 일교차가 커 병충해가 적다.

다른 곳에서 흘러들어오는 하천은 없으며 산과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만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메뚜기는 물론 논우렁이와 여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3억년 전 고생대 당시 모습과 거의 흡사한 형태를 유지해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긴꼬리투구새우가 경작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긴꼬리투구새우는 포식성이 매우 강하고 다리를 이용해 흙을 휘젓고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8) 황금들판 우렁이농법 산청 메뚜기쌀…"안전 먹거리"
이런 습성 때문에 흙탕물로 햇빛을 차단해 잡초 성장을 억제해 잡초를 자연스럽게 제거하며 해충 유충을 먹이로 삼아 해충 발생을 억제하는 등 유기농법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긴꼬리투구새우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지만, 친환경 농법을 도입한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환경 덕분에 차황면은 2007년 지역 전체 568㏊가 광역친환경단지로 지정됐다.

2020년 '제10회 경남도 친환경 생태농업대상', 2021년 '경남 브랜드 쌀 평가' 최우수상을 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산청군 관계자는 "앞으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한 수요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차황면이 친환경농법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농민들과 한마음이 돼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뛰는 경남농업](18) 황금들판 우렁이농법 산청 메뚜기쌀…"안전 먹거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