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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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영(23)이 투어 통산 2승 사냥에 나선다.

이가영은 24일 경기 포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8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로 오후 5시 현재 리슈잉(20)과 함께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선두 이제영, 허다빈에 1타 뒤진 3위로 경기를 시작한 이가영은 이날 안정적인 플레이를 이어갔다. 하지만 6번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며 위기를 맞았다. 이어진 두번째 샷마저 바로 옆 벙커에 빠지면서 자칫 타수를 우수수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그래도 세번째 샷에서는 실수하지 않았다. 공을 핀 한발짝 옆에 붙이면서 보기로 홀아웃했다. 그는 "벙커에 또 빠졌을때 더블보기가 될까봐 아찔했다"며 "더블보기를 할 뻔한 홀에서 보기로 '막아냈다'. 오늘 가장 잘 친 홀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이가영은 빠르게 스코어를 회복했다. 8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남은 홀에서는 추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잡아 총 4타를 줄였다. 그는 "타수를 더 줄일 수 있는 찬스가 많았는데 다 살리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잘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가영은 KLPGA투어 간판선수 중 하나다. 투어 데뷔 5년째, 우승은 한번이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반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13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이렇다할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3위에 올랐던 4월 메디힐·힌국일보 챔피언십이 유일한 톱10 기록이다.

이가영은 "시즌 초반에는 샷감이 좋지 않았다. 티샷이 미묘하게 어긋나면서 자신감 떨어졌고 좋지 못한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그래도 지난주 한국여자오픈부터 조금씩 샷감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착한 골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살짝 처진 눈의 '토끼상' 얼굴에서는 독기보다는 순둥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그가 지난해 10월까지 준우승만 여러차례 올리고 우승을 올리지 못하자 "독하지 못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도 지난해 10월, 변형 스테이블포드 형식으로 열린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독기가 부족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우승을 한 이후 이전보다 좀 독해진 것 같냐는 질문에 이가영은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깡다구'만은 다른 선수들 못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의 독기는 지난주에도 한번 빛을 발했다.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이가영은 커트 통과가 아슬아슬했다. 10개 홀을 남겼을 때 캐디가 "두 타만 더 줄이면 돼"라고 말해줬고 이가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커트 통과를 해냈다. 그는 "그런 걸 보면 저도 독기가 있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토끼처럼 무해한 얼굴에 독기까지 장착한 이가영은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우승경쟁에 나선다. 올 시즌 첫 우승도전이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상위권에 들어가니 더 욕심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제 플레이에 집중하며 버디를 최대한 잡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