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외 출산 연간 100~200건 추정…영아 살해·유기 범죄로 이어지기도
전문가 "위기 부모 지원책 다각도로 고민해 사회적 고립 막아야"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이 2천여명에 달한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최근 알려지면서 '병원 밖 출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나마 이들 사례는 출산 기록이 남아 있었기에 당국이 관련 현황을 파악하고 조처에 나설 수 있었지만, '병원 밖 출산'의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각지대 놓인 '병원 밖 출산'…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아기들
보건복지부·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병원 밖 출산 사례는 전체 출산 중 1% 정도를 차지하며, 연간 100∼200건 수준이다.

의료기관을 찾을 여건이 되지 않거나 출산 사실 자체를 숨기고자 몰래 아기를 낳는 사례가 다수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는 출생 직후 필수 예방접종을 위한 '임시 신생아 번호'가 자동 부여돼 추후 출생 사실이 조회되지만, 병원 밖에서 출산한 뒤 부모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러한 기록이 남지 않는다.

관련해 정확한 통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실제 병원 밖 출산 건수는 정부 추정치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모 외에는 누구도 아기의 출생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모가 자녀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20대 A씨가 경기 오산시 자택 화장실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해 방치하다가 20여분 뒤 숨지자 주변 의류수거함에 유기해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남편에게 혼외자 임신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영아살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2021년 1월 서울 관악구에서는 20대 부모가 아기를 출산한 직후 살해한 뒤 사체를 가방에 담아 베란다 에어컨 실외기 아래에 은닉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검거됐다.

친모 이모(22) 씨와 친부 권모(21) 씨는 임신 중 경제적 능력 부족 등으로 낙태를 마음먹고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비용이 많이 들어 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사각지대 놓인 '병원 밖 출산'…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아기들
지난해 8월 20대 여성이 경기 안양시 만안구 모텔 화장실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실에 방치한 채 퇴실했다가 경찰에 검거되는 일도 있었다.

정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기관에서 여성이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국가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법제화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병원 밖에서 출산하려는 산모를 의료기관 내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지만, 그래도 의료기관 출산을 거부하는 이들은 찾아내기 힘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익명으로 출산하고자 하는 산모들을 배려하기 위해 보다 세심한 보호 및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그동안 영아 및 아동 대상 범죄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 사회는 가해 부모에 대한 처벌을 논하는 데 매몰돼 정작 대안을 찾는 데 소홀했다"며 "이러한 범죄는 개인의 일탈뿐만 아닌 각종 사회 제도적 한계가 해결되지 않은 채 방치돼 나타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도 위기 부모를 위한 여러 정책과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접근성이 다소 낮다"며 "지금이라도 위기 상황에 놓인 산모가 출산 시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신뢰를 갖고 의료기관을 찾게 하고, 아기에 대해선 자동으로 입양이나 보호조치가 이뤄지도록 하는 '패키지성'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 또는 산후우울증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상태에서 출산해 양육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많은 산모가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두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현 상황"이라며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지원체계 등을 다각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각지대 놓인 '병원 밖 출산'…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아기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