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두 명이서 600만원 모아 '대만 소시지 샹창과 치킨 옌수지' 유통가게 차려

술집, 음식점, 휴게소 가판대 등 돌고 돌아 지난 6개월동안 천 만원 매출

대학 축제현장에서도 좋은 호응 얻어

"청년 미각 자극하는 전 세계 음식 찾아 대박내는 온라인 유통회사 차리는게 꿈"


대구에서 '청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호(왼쪽)와 하승범 군
대구에서 '청년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호(왼쪽)와 하승범 군

최근 기자에게 한통의 긴 편지가 왔다. 청년들의 창업 경험담이다.

20대 친구 둘이서 300만원씩 모아 자본금 600만원으로 창업을 했다는 이야기다. 맨땅에 헤딩한 이야기니 일단 흥미롭고 재미있다.

청년들에게 세상밖은 너무나 재미있는 놀이터인가 보다. 온몸이 땀 범벅이가 되고, 추운날 손과 귀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도 이들에게 현실은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잠시 참아야할 순간임에는 틀림없다.

늘 이들의 마음만큼은 뜨겁고 친구와 있으면 웬지 어떤 시련도 견뎌낼수 있을 것 같다. 청년들에게 뭔가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이야기같아 간단하게 정리해 싣는다.
적금 털어 대만 소시지 유통가게 차린 '청년시장' 이야기..."음식 유통 전문 청년몰 만들고 싶어요"

편지를 보내온 청년은 대구에서 창업했다. 대구 중구의 한 흐름한 가게(사진)를 300만원에 빌렸다고 한다. 나머지 300만원은 운영비로 남겨뒀다.

사진의 가게를 본 순간, 한마디로 "왜 이런곳에서 장사하는지 모르겠네"라고 할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들은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찬 청년가게로 변신시켰다. 이름하여 ‘청년시장’이다.

이들이 밑천으로 삼은 비즈니스는 '대만 소시지 샹창과 치킨 옌수지'이다. 기자도 이들을 통해 한번 먹어봤는데 나름 중독성이 있었다. 맥주와 먹으니 더 맛있었다.

생뚱맞게 한국 식품도 아닌 대만 식품을 갖고 창업한 이유가 궁금했다.

주인공인 하승범 군(23)은 대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아빠가 회사일로 대만에서 상당한 기간을 일한 덕분이다.

일년전 군대에 있으면서 제대후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던 하 군은 마음이 잘 맞던 친구 최지호 군과 함께 샹창과 옌수지를 갖고 동업을 결심했다.

하 군은 제대후 국내에서 유통되는 샹창 제품을 닥치는대로 구해 맛을 봤다.

그 중에서 대만에 살때 먹었던 것과 맛이 가장 흡사한 소시지를 찾았다.

적금 털어 대만 소시지 유통가게 차린 '청년시장' 이야기..."음식 유통 전문 청년몰 만들고 싶어요"

하 군은 군에서 모은 적금을 털어 소시지 포장 뒷면에 적혀 있는 공장으로 바로 찾아가 대표를
만나 미리 준비한 사업 계획서를 내밀며 물건을 줄 것을 요청했다.

쉽지만은 않은 협의가 며칠간 이루어졌지만 끝내 온라인 마케팅과 오프라인 매장 영업을 흔쾌히 승낙하며 제품판매를 허락받았다.

하지만 물건을 파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었다.

술집, 음식점, 휴게소 가판대 등 제안하고 싶은 업종은 많았지만 우선 술집을 먼저 공략했다.

대구 수성구 일대 유원지 주변 술집을 돌며 제품 소개 카탈로그와 샘플을 들고 홍보를 했다.

두 청년은 영업을 갈 때마다 "청년시장과 함께 대박 터뜨려 봅시다"란 제품설명서를 영업용 가방 앞에 넣고 다닌다. 그 모습이 참 재미있고 이채롭다.


적금 털어 대만 소시지 유통가게 차린 '청년시장' 이야기..."음식 유통 전문 청년몰 만들고 싶어요"
현재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세곳의 술집과 충북 천안 서북구에 위치한 1곳의 음식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학교 축제현장에도 뛰어들어 나름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NS 총학생회 페이지가 있는 전국의 대학교 약 100곳에 제안서를 보냈는데, 많은 곳에서 연락을 받아 제품을 공급했다.

개업한지는 반년 정도 지났는데, 매출은 천만원 안팎이다.

편지를 보낸 하군에게 "성공한 것이냐"고 물으니 “한국에서 생소한 사업 아이템으로 천만원 정도 벌었으니 나름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고 말했다. 젊은이 다운 답변이다.


"청년시장 미래 계획은 이렇습니다."

적금 털어 대만 소시지 유통가게 차린 '청년시장' 이야기..."음식 유통 전문 청년몰 만들고 싶어요"

"최종적인 목표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샹창과 옌수지를 알게하는 것입니다. 여름방학을 활용한 휴게음식점 업종 추가(테이크 아웃 전문점 운영), 다양한 업종으로의 영업 도전, 프랜차이즈화,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 등 큰 꿈을 꾸며 한 계단씩 밟아 가려 합니다.

국민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청년시장’의 샹창과 옌수지를 아는 그날까지 달려가 보겠습니다."

하 군은 "이런 경험을 기반으로 유통의 네이버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동업자인 최지호 군은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련들이 많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사회에 헌신하는 회사로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젊은이 두명이 '이렇게 하면 절대 망하지 않을 것같다"고 말하는 것을 10가지로 정리했다.

적금 털어 대만 소시지 유통가게 차린 '청년시장' 이야기..."음식 유통 전문 청년몰 만들고 싶어요"

1. 솔직함과 열정은 누구에게나 통한다.
2. 눈앞의 수익보다는 사람간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3. 안된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단 해본다.
4. 개개인이 살아온 환경과 가진 가치관은 다르기에 내가 아니라고 생각해도 열려있는 마음으로 대한다.
5. 겸손과 고마움의 자세는 아무리 가져도 부족함이 없다.
6.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는 자세를 유지한다.
7. 무언가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할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대비한다.
8. 대출을 절대 받지 않는다. 내 능력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행동한다.
'9. 지금 당장의 수입은 포기하고 사업을 확장하는데 재 투자한다.
10. 남들이 모두 가는 길을 따라가는것만 정답은 아니다.

어른들도 귀담아 들을 내용인 것 같다


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