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주민등록번호 없이 살아온 60대가 검사의 집요한 규명 끝에 자신의 신원을 되찾게 됐다.22일 수원지검 인권보호부(장윤태 부장검사)에 따르면 A(64) 씨는 지난 2월 4일 오전 5시10분께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식당 앞에 놓인 박스에서 1만원 상당의 소주 2병을 훔쳐 경찰에 붙잡혔다.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단순생계형 절도 사건 기록을 살피던 중, A씨의 신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A씨의 주민등록 조회가 안되자 경찰은 지문 조회로 A씨의 신원을 특정했는데, 과거 A씨가 저지른 또 다른 범죄 기록에 적혀있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A씨는 "경찰이 확인한 주민등록번호는 잘못된 것이고, 자신은 이미 실종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검찰은 혹시 모를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A씨의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확보해 비교했다. 그 결과 등본상 A씨는 실제로 실종선고 후 사망한 것으로 간주된 상태였다.오래전 실종신고된 A씨에 대해 서울가정법원이 2013년 10월경 '1988년 3월부로 사망한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선고를 한 것이다.A씨는 출생 후 20여년이 지난 뒤에야 출생신고가 됐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지 않았을 것으로도 확인됐다.경찰에서 확인했던 주민등록번호 자료의 경우, 발급조차 된 적 없는 번호였으며 A씨의 생년월일과도 달랐다.A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한 검찰은 이번엔 그의 신원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A씨에 대한 실종선고 청구인과 면담해 A씨에게 이복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검찰은 이복동생의 구강 상피를 채취해 이들의 DNA를 비교분석했다.약 한 달간 이루어진 신원확인 절차 끝에 검찰은 A씨와 이복동생들의 친부가 동일하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고, 이날 A씨 신원 회복을 위해 검사가 직접 수원가정법원에 실종선고 취소 청구를 했다.아울러 A씨가 저지른 소주 절도 사건은 ▲ 평생 주민등록번호를 발급받지 못해 사회복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점 ▲ 그로 인해 생계형 절도 범행에 이른 점 등을 고려해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상담 및 취업 교육 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했다.A씨가 과거 미납한 벌금도 분납하도록 해 일상생활에 빠르게 복귀하도록 도왔다. 현재 A씨는 정상적으로 분납을 이행하고 있다.검찰은 향후 법원의 실종선고 취소 심판이 확정되면 ▲ 피의자 주민등록번호 신규 발급 ▲ 지자체에 기초수급자 신청 ▲ 검찰·경찰 관리 전산 시스템에 피의자 신규 주민등록번호 수정 등록 통보 등 지속적으로 지원할 바침이다.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별다른 소득이나 가족이 없이 극심한 생활고와 건강 악화를 겪고 있어 사회 복지혜택을 지원할 필요가 절실할 상황이었으나 주민등록 없이 실종 선고된 사망 간주자이다보니 사회복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며 "앞으로도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사건관계인의 인권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주미 키즈맘 기자 mikim@kizmom.com
"불공정 거래에 한 번이라도 가담한 경우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겠다."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주가조작 의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장이 한국거래소를 찾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이날 오후 이 총장은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현철 대변인과 함께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최근 불공정거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이 총장은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수사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손 이사장과의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이 총장은 "거래소는 자본 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공정 거래는 자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특히 소액투자자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라며 "불공정 거래 행위자가 다시는 금융시장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하겠다"며 고 덧붙였다.이 총장의 발언은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달 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에 이어 지난 14일에도 5개 종목이 무더기로 하한가에 진입하는 등 주가조작 의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주가 조작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이 총장은 "불공정거래를 해도 형량이 낮고 처벌이 가벼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검찰이 엄정히 수사해 기소해도 부당이득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어 적절한 형이 나오지 못했는데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 엄중한 처벌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 총장은 유관기관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밝혔다. 그는 "최근 발생한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토대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검찰이 함께 심리 조사기관 협의회를 만들었다"며 "과거에는 시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아예 한 자리에 모여서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검찰은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라덕연 일당을 구속 수사하고 있다. 공범 3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온라인 투자카페 운영자 강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강씨는 최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꼽힌다.이 총장은 지난달 3일에도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당시는 SG증권발 하한가 사건이 검찰에 넘어온 직후였다. 이 총장은 당시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에게 "다수의 투자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불공정거래 범죄 수사에 대해 금융 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검찰이 국내 프로축구팀에서 선수 입단을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뒷돈이 오간 혐의를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김현아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프로축구 2부 리그인 K리그2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임 감독은 2018∼2019년 태국 프로축구 파타야 유나이티드 FC 감독으로 재직하면서 한국인 선수 2명을 선발한 대가로 에이전트 A씨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를 받는다.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A씨의 사기 혐의 사건을 수사하던 중 임 감독의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 감독 외에도 대학 축구팀 선수들을 프로구단에 입단시키는 과정에서 에이전시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다른 감독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축구계 전반의 '선수 입단 비리' 의혹으로 범위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