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주가조작 의심 사건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주가조작 의심 사건 등 불공정거래 조사를 논의하기 위한 관계기관과의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불공정 거래에 한 번이라도 가담한 경우엔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도록 하겠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며 주가조작 의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장이 한국거래소를 찾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날 오후 이 총장은 신봉수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현철 대변인과 함께 한국거래소를 찾았다. 최근 불공정거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이 총장은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최근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수사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손 이사장과의 간담회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이 총장은 "거래소는 자본 시장의 질서를 지키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라며 "신속하고 효율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소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공정 거래는 자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특히 소액투자자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라며 "불공정 거래 행위자가 다시는 금융시장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하겠다"며 고 덧붙였다.

이 총장의 발언은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달 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에 이어 지난 14일에도 5개 종목이 무더기로 하한가에 진입하는 등 주가조작 의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가 조작범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이 총장은 "불공정거래를 해도 형량이 낮고 처벌이 가벼워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검찰이 엄정히 수사해 기소해도 부당이득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있어 적절한 형이 나오지 못했는데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해 엄중한 처벌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유관기관과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도 밝혔다. 그는 "최근 발생한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토대로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검찰이 함께 심리 조사기관 협의회를 만들었다"며 "과거에는 시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아예 한 자리에 모여서 대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라덕연 일당을 구속 수사하고 있다. 공범 3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온라인 투자카페 운영자 강씨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강씨는 최근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꼽힌다.

이 총장은 지난달 3일에도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입장문을 냈다. 당시는 SG증권발 하한가 사건이 검찰에 넘어온 직후였다. 이 총장은 당시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에게 "다수의 투자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불공정거래 범죄 수사에 대해 금융 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