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0만병 생산하는 맥키스컴퍼니 대전 오동 공장
소주에 산소 넣는 기술 특허…"코로나·원재료 가격 상승에 어려움도"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끝없는 초록색 병의 향연. '선양' 글자가 선명한 파란색 소주 박스 더미. 이곳을 둘러싼 울창한 숲…
대전 서구 오동의 대둔산 자락 3만5천평 부지에 자리 잡은 맥키스컴퍼니 주류 공장이다.

맥키스컴퍼니는 1973년 충청도 일원 33개 소주 회사가 모여 설립한 금관소주로 시작해 40년간 '선양'이라는 이름으로, 10년 전부터는 맥키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50여년간 충청지역 대표 주류기업의 명맥을 이어왔다.

산소공법으로 만든 산소소주 '이제우린', 보리로 만든 오크 블렌딩 증류주인 '사락', 지난 3월 출시한 국내 최저 칼로리 제로슈거 소주 '선양' 등 하루 약 60만 병의 소주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소주는 원료인 주정에 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데, 소주 회사들은 주정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는 대한주정판매를 통해 일괄적으로 주정을 사들인다.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같은 주정을 공급받아도 술맛이 다른 이유는 물맛과 감미료, 알코올을 부드럽게 만드는 제조공법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맥키스컴퍼니는 깔끔한 술맛을 내기 위해 대둔산 인근 지하 천연 암반수를 사용하는데 하루 물 사용량만 500t에 이른다.

물맛과 더불어 이 회사가 신경 쓴 것은 부드러운 맛을 위해 소주에 산소를 넣는 제조공법 차별화다.

지난 19일 녹음으로 둘러싸인 공장을 둘러볼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도 야외에 위치한 '숲속산소포집장치'였다.

이 장치를 이용해 대둔산 줄기의 숲속 나무가 뿜어내는 자연산소를 포집하고, 열흘 동안 농축한 산소를 두 차례에 걸쳐 소주 원액 속에 주입한다.

이 산소숙성촉진공법은 업체 핵심 기술로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특허를 받았다.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이 회사 공장 견학 담당 임소영 과장은 "소주에 산소가 녹아있으면 목 넘김이 부드럽고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면서 "산소가 3배 많이 함유된 우리 소주는 30분 먼저 술이 깨는 효과가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숲속산소포집장치 옆에는 증류주 원액을 보관하는 탱크가 있다.

여기엔 1995년도부터 생산된 원액이 보관돼 있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업체의 '보물'이라고 불린다.

이 '보물'이 만들어지는 공장 증류동에서는 국내산 쌀과 보리를 씻어 직접 고두밥으로 찌는 과정을 거친다.

찐 밥을 달게 만들고 발효 탱크에 넣어서 한 달가량 발효를 거친 뒤 증류기에 넣으면 투명한 빛깔의 알코올을 얻어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증류동 공장에서는 알싸한 알코올 향과 더불어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섞여 나왔다.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알코올은 한 번 더 거름망으로 걸러낸 뒤 오크통(참나무통)에 숙성시키는 작업을 거친다.

맥키스컴퍼니는 단단한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미국에서 수입해 물을 담아 가득 불리고 다시 물을 뺀 뒤 말리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다.

오크통이 더는 불지도 줄지도 않는 상태가 만들어진 다음에야 증류 원액을 담아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는 오크통 저장소에 보관한다.

이렇게 오크통에서 숙성한 증류 원액과 20년 이상 저장한 국내산 보리 증류 원액을 혼합해 공들여 만들어진 술이 프리미엄 증류주인 '사락'이다.

알코올도수 33%로 부드러운 맛과 목 넘김, 풍부한 향의 어우러짐이 좋아 위스키를 선호하는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가 좋다.

임소영 과장은 "청정지역에서 좋은 원료로 연구개발을 거듭해 '사락'과 '선양' 등 트렌디한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50여년간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로 발전해왔지만, 최근에는 소주 원료인 주정값이 크게 올라 운영상 어려움도 많다.

주정 가격은 지난해 7.8% 오른 데 이어 지난 4월 또 한 번 9.8% 인상돼 지역 소주 업계는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은 "코로나19와 함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전국 각지의 소주 회사들이 모두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주류업체로서 자부심을 갖고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시민분들도 그런 노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맥키스컴퍼니 오동 공장 투어는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가능하다.

[르포] 대둔산자락 '산소소주'…50년간 충청지역 주류 명맥 잇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