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두번째 '임기 1년' 대통령직 수행…"모든 걸 바쳐 성취했다고 생각"
'순환보직' 스위스 대통령 "연말에 정부 떠날 것"…돌연 사의
알랭 베르세(51) 스위스 대통령이 올해 연말에 연방정부에서 맡았던 직책을 그만두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스위스는 연방장관 7명이 순환하며 1년씩 대통령을 맡는다.

올해 초 취임한 베르세 대통령은 사실상 임기를 다 채우고 물러나는 것이지만 다시 맡게 될 장관직조차 버리고 물러나겠다는 취지여서 스위스 내에서는 작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베르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수도 베른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말에 연방정부를 떠날 것이다.

떠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모든 것을 바쳤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성취했다는 느낌이 든다"라고도 했다.

사민당 출신의 베르세 대통령은 경제 분야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 주 의회 의원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고, 2011년 연방평의회 구성원이 됐다.

연방평의회는 연방장관 7명의 회의체로,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1년씩 대통령이 된다.

연방장관 7명의 임기는 4년이지만 스스로 사의를 밝히기 전까지는 횟수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2018년에도 대통령직을 수행한 바 있는 베르세 대통령은 2020년 내무부 장관 겸 보건부 장관으로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응했던 모습이 스위스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힘을 쏟았지만 2020년 말 방역 규제 수위를 때 이르게 완화했다가 오미크론 하위 변이로 인한 대유행의 파고 속에 감염률이 치솟는 등 악재를 맞으며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이날 베르세 대통령은 당시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을 정도로 반발 여론이 거셌던 상황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당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었다.

전례 없는 잔인함에 시달렸다"고 회고했다.

그는 예방접종과 백신조달 로드맵을 비롯한 정부의 기밀 방역 계획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베르세 대통령은 이런 일들이 사임을 결정하는 데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올해 대통령직 수행 중에 처리한 최대 현안은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꼽힌다.

정부는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 파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쟁사이자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에 CS를 인수·합병하게 했다.

베르세 대통령은 현 연방평의회 구성원 가운데 최연소로 연방평의회에 합류해 최장기간 활동한 각료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충분히 할 일을 했다는 말 이외에는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연방정부를 떠나면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농담조로 "아마도 요가를 다시 할 것 같다.

요가 아시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