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물어줄 ISDS 배상금 5천억…구상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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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판정문 검토 단계…구상권 논하기 일러"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에서 우리 정부가 연달아 일부 패소하면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전체 청구액에 비하면 배상금의 비율은 낮지만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게 된 데다 여기에 세금이 고스란히 쓰이는 탓이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적절하게 심사를 지연시켰다며 낸 ISDS에서 지난해 8월 일부 승소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자 포함 약 3천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이어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한국 정부가 개입한 탓에 손해를 봤다며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ISDS는 20일 정부가 엘리엇에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을 합하면 1천4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란 다야니 가문이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낸 ISDS에서도 2018년 한국 정부는 730억원 상당의 배상 책임을 떠안았다.
이들 배상금만 합해도 어림잡아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세금으로 외국 회사에 물어줘야 하는 처지다.
배상금과 별개로 ISDS 소송에 정부가 쓴 법률비용도 꽤 많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이후 ISDS 대응을 위해 총 684억7천500만원을 지출했다.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다 보면 외국 투자사와의 법적 분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혈세로 치러야 하는 배상 액수가 점점 커지다 보니 사건의 발단을 직접 제공한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낸 배상금을 '원인 제공자'에게 받아 내자는 것이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엘리엇 사건의 경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공단 본부장 등이 국민연금을 통해 합병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이번 ISDS 판정에도 이런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건 관계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에 그룹 승계와 관련한 암묵적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도 거론된다.
론스타 사건은 당시 금융위와 하나금융 관계자들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는 점이 ISDS에서 인정됐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9월 ISDS 판정문을 공개했을 때 이들의 실명을 가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21일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판정문에 드러난 사실을 조사하고 해당 집단에 구상권 행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중재판정부의 세부적 판단이 우리 법원에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고, 관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고 해도 민사상 구상권을 위한 입증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상금 전액을 그들에게 씌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의와 중과실 비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판정문 검토 단계에 불과해 구상권 청구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체 청구액에 비하면 배상금의 비율은 낮지만 금액이 수천억원에 달하게 된 데다 여기에 세금이 고스란히 쓰이는 탓이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적절하게 심사를 지연시켰다며 낸 ISDS에서 지난해 8월 일부 승소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자 포함 약 3천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이어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한국 정부가 개입한 탓에 손해를 봤다며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ISDS는 20일 정부가 엘리엇에 약 69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을 합하면 1천4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앞서 이란 다야니 가문이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낸 ISDS에서도 2018년 한국 정부는 730억원 상당의 배상 책임을 떠안았다.
이들 배상금만 합해도 어림잡아 5천억원이 넘는 돈을 세금으로 외국 회사에 물어줘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법무부, 금융위원회,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 이후 ISDS 대응을 위해 총 684억7천500만원을 지출했다.
개방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다 보면 외국 투자사와의 법적 분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혈세로 치러야 하는 배상 액수가 점점 커지다 보니 사건의 발단을 직접 제공한 당사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낸 배상금을 '원인 제공자'에게 받아 내자는 것이다.
구상권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할 채무를 대신 졌을 때 원래의 채무자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엘리엇 사건의 경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공단 본부장 등이 국민연금을 통해 합병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이번 ISDS 판정에도 이런 한국 법원의 최종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사건 관계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지 않으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에 그룹 승계와 관련한 암묵적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 사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측도 거론된다.
론스타 사건은 당시 금융위와 하나금융 관계자들에게 귀책 사유가 있다는 점이 ISDS에서 인정됐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9월 ISDS 판정문을 공개했을 때 이들의 실명을 가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21일 "사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판정문에 드러난 사실을 조사하고 해당 집단에 구상권 행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중재판정부의 세부적 판단이 우리 법원에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고, 관련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다고 해도 민사상 구상권을 위한 입증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상금 전액을 그들에게 씌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고의와 중과실 비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판정문 검토 단계에 불과해 구상권 청구 여부를 논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