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강수 원주시장 선거법 위반 2심도 벌금 90만원 '직위 유지'(종합)

원 시장 "일할 기회 주셔서 감사…다신 이런 일 없게 하겠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어긴 원강수 원주시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김형진 부장판사)는 2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시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원 시장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재산신고서 작성 과정에서 부동산과 예금 및 보험 등의 자산 4억8천여만원을 축소, 선거공보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유권자에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으며, 다만 허위 사실 공표의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부족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마찬가지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원 시장은 최후진술에서 "제 불찰로 사려 깊지 못하게 선거사무를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재판까지 받게 돼 정말 죄송하다"며 "너그러이 기회를 주신다면 시민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선처를 구했다.

양측 주장을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원 시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과거 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재산 신고를 한 경험이 있음에도 선관위 등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다만 사실관계 자체는 시인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인정하고, 검찰 주장처럼 정치인으로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 결과와 그 전 상황에 비춰보면 이 사건 범행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원심의 양형 판단을 달리할 정도의 의미 있는 사정 변경도 없다"고 덧붙였다.

원 시장은 항소심 선고가 끝난 뒤 "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동안 애정을 쏟아주신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시정에 온 힘을 다하고 선거 사무도 더욱 사려 깊게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돼 그 직을 잃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