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계투명성 세계 47위…아직 갈 길 멀다"
공인회계사회장 "회계개혁 완화, 자본시장에 부정적 신호 우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 회계·감사 규제를 일부 완화한 가운데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이 자본시장 투명성과 관련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21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김영식 회장은 전날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의 회계감사' 세미나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보완 방안은 회계 개혁 안착에 중점을 두면서 기업 부담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완화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한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기업 부담을 고려한 완화 조치가 자칫 우리 자본시장 투명성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하면서 감사인 직권 지정 사유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감사 보수가 상승하며 기업 부담이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감사보수 적정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기업 부담이 증가한 것도 사실인 만큼 기업들이 감사보수를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만큼 회계 및 감사 서비스 품질을 높여가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 회계 투명성 순위가 (총 64개국 중) 47위를 기록했다"며 "회계 개혁 이전 매년 최하위에서 머무르던 상태에선 벗어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계업계는 기업뿐 아니라 비영리 분야에서도 회계 투명성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확고한 자세로 감사품질을 제고하는 데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회계 감사 영역에서 활용되는 사례와 향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 등이 공유됐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와 관련해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 그룹'을 최근 발족시키기도 했다.

김 회장은 "기술의 활용으로 감사인은 복잡한 판단이 필요한 전문적인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감사의 효율과 효과를 한층 더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글로벌 대형 회계법인에 편중된 점, 데이터 보안에 대한 우려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재동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박원일 삼정회계법인 상무, 이승영 안진회계법인 수석위원, 손동춘 한영회계법인 파트너 등이 회계감사에 AI 기술이 도입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