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자문단장 내정…중요 사건 강제수사 필요성 등 심의
'댓글조작 수사' 허익범 전 특검, 공수처 수사 조언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허익범(64·사법연수원 13기) 전 특별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조언자로 나선다.

출범 이후 소속 검사가 연이어 이탈하고 수사 능력에 붙은 의문부호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는 공수처가 전문성 있는 외부 인력을 통해 쇄신을 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최근 허 전 특검을 수사자문단 단장으로 내정했다.

허 전 특검은 다음 주 열리는 수사자문단 회의에서 임기 2년의 단장으로 정식 위촉될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수처 수사자문단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사건 수사의 적정성·적법성 여부, 강제수사의 필요성·방식, 인권 친화적 수사에 필요한 자문 사항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첫 단장은 박윤해(57·22기) 전 대구지검장이 맡았다.

허 전 특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임명된 후 현황 파악을 먼저 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으면 열심히 자문하겠다"고 말했다.

허 전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이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댓글을 조작해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2018년 6월 특검으로 임명돼 2021년 7월 임기를 마쳤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특검 사건이었다.

수사 결과 김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김씨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하던 중 지난해 12월 '복권 없는 사면'으로 출소했다.

특검 제도는 제한된 기간과 수사 범위 등으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아 '무용론'이 자주 제기되지만 '드루킹 특검'은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수처는 비록 허 전 특검이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20여년의 일선 검찰청 근무 경력과 풍부한 법조계 실무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조언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논란이 된 사건을 맡아 법과 원칙을 지키며 뚝심 있게 수사해 유죄 판결을 끌어냈다"며 "허 전 특검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언을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허 전 특검 위촉 외에도 외부 인력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공수처 영장심의위원회 규칙에서 '수사처, 검찰청, 경찰청 등 수사기관에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사람은 위원 또는 위원 후보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공수처는 "수사 경험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심의를 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