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계약 최후통첩에 자체 계약조건 보내
"군당국 권위 꺾을 노력"…용병단 패배설 속 추가 다툼 예고
러 국방부·용병단 '병력통합령' 둘러싸고 갈등 2라운드
러시아 군부와의 권력다툼에서 패배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에 본인이 직접 작성한 '징집 관련 계약서' 초안을 전달했다고 밝혀 주목된다.

영국 군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로 공유한 일일 보고서에서 "프리고진은 자신이 직접 초안을 잡은 '계약서'를 사흘 전 러시아 국방부에 전달했고 이와 관련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19일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바그너그룹과 여타 의용군 조직들은 내달 1일까지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최후통첩에 이어 나온 것"이라고 DI는 설명했다.

DI는 "비록 (러시아 국방부에 전달됐다는) 프리고진의 문건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전달한 행동은 (프리고진 입장에선) 강수를 둔 것이고 공식 군당국의 권위를 깎아내리려는 고의적 노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또 "러시아 국방부에 대한 프리고진의 어조는 명백히 대립적이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고심 중인 시점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이를 매우 불행한 일로 볼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이 직접 작성한 계약서 초안을 러시아 국방부에 전달했다는 건 기존의 '계약불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는 대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본인의 사병집단인 바그너그룹을 군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으로 불렸던 프리고진은 2014년 바그너그룹을 세우고 세계 각지의 군사분쟁에 개입하며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참전해 상당한 역할을 했으나 민간인 학살과 성폭행, 포로 살해 등 전쟁범죄로 논란을 빚었으며, 이 과정에서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러시아군 지휘부를 '졸전의 원흉'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갈등을 빚었다.

결국, 러시아 국방부는 이달 10일 바그너 그룹과 의용부대에 내달 1일까지 공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명령했는데, 이는 지금껏 지휘체계상 국방부 관할에서 벗어나 있던 용병과 의용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프리고진은 이를 거부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계약을 통해 민간 군사기업의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국방부 정책을 지지한다"며 공개적으로 러시아군 지휘부의 손을 들어준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