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엔진에서 연기 나고 냉각수 새는 영상 공개돼
"돈 내고 무기 못 받은 계약도 속출"
대반격 갈길 먼데…'고물 무기' 받은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상대로 한 대반격에 갈 길이 바쁜 우크라이나가 고장 나 쓸 수 없는 무기를 지원받거나 구매하고도 무기를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수백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지난주까지 미국의 군사 지원 액수는 40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하며 유럽 국가들도 수백억 달러를 썼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수십억달러를 지불하고 민간 시장에서 무기를 구매했다.

미국 등 서방이 지원한 무기에는 러시아 드론과 미사일을 막는 데 효과적인 방공 시스템도 있었지만,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한 재고 무기도 포함돼 있었다.

국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무기고의 30%가 항상 수리 중이며, 이는 대반격에 대비해 모든 무기를 다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높은 비율이라고 설명한다.

NYT는 그간 우크라이나 정부가 고장 난 재고 무기를 받고도 기부자들이 곤란하지 않도록 항의는 참아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서방 무기가 열악하고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도착해 전투에 투입하지 못하고 재사용하기 위해 부품을 해체하는 데 지쳤다고 NYT에 말했다.

예를 들면,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기증한 33 자주 곡사포의 경우 하나는 엔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다른 곡사포는 엔진의 냉각수가 새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탈리아 국방부는 이에 대해 이 곡사포가 수년 전 퇴역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무기가 급히 필요한 만큼 정비해서 작전에 투입하려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 방위업체 울트라 디펜스 코퍼레이션에 1천980만달러(254억원)를 내고 곡사포 33대 수리를 맡겼는데, 이 중 13대가 지난 1월 '전투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로 우크라이나로 재운송됐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업체가 작년 말까지였던 수리 작업을 제때 마치지 못했다고 비난했으나 이 회사의 대표는 우크라이나가 곡사포를 받은 후 제대로 정비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우크라이나 정부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는 무기 공급업체에 8억달러(1조271억원) 이상을 지불했으나 이에 따른 무기를 전부 또는 일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로디미르 하우릴로우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돈을 지불했지만, 무기를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며 올해부터 이전 거래를 분석하고 문제가 있는 계약 업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소련 시절 갖고 있던 대규모 무기고를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

이후 2010년대 초 친러 성향이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시절 우크라이나 무기고는 더 쪼그라들었고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방산업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촉발했다.

그러나 변화는 느렸고 작년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는 필사적으로 무기와 탄약을 구하기 위해 나섰다.

이 과정에서 신뢰할 수 없는 브로커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판매 제안을 했다고 하우릴로우 차관은 전했다.

NYT가 입수한 관련 문서에 따르면 무기가 인도되지 않은 최고액 계약은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독립 중개인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 국유기업과 체결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계약불이행으로 국영기업 최소 두 곳을 고소했다.

대반격 갈길 먼데…'고물 무기' 받은 우크라이나
서방의 무기 인도가 늦어지거나 시점이 불분명해 우크라이나 대반격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달 말 발표된 미 국방부 문서에 따르면 작년 여름 한 미 육군 부대는 쿠웨이트의 캠프에서 험비 군용차량 29대를 우크라이나로 옮기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부대 지도부는 험비 중 한대를 제외하고는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초기 조사 결과 이 중 26대가 전투에 투입될 상태가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차량을 변속기, 배터리, 누수, 조명, 안전벨트 등 수리를 거쳐 작년 9월 폴란드로 보냈는데, 이 중 25대 타이어가 썩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이후 교체용 타이어를 찾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로 보낼 다른 장비의 운송이 지연되는 등 상당한 노동력과 시간이 요구됐다고 국방부 보고서는 밝혔다.

심지어 일부 무기는 너무 취약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부품을 얻는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받고 있는 수준이라고 NYT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