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프리즘] 댁내 두루 평안하신가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단박에 구분하는 이라면,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와병 중일 가능성이 높다. 의사의 상주(병원) 여부가 기준이라는 간단한 차이도 어느날 갑자기 가족 한 명이 중증 환자로 돌변하는 기막힌 일을 겪지 않고서는 관심을 가지기 쉽지 않다. 두 시설의 더 큰 차이가 ‘간병비’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면, 이미 당신은 그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으며, 급기야 자신의 부족한 경제력까지 책망하는 초보 환자 보호자일 확률이 높다.

간병비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900만 명을 돌파(2022년)한 초고령사회 한국에 ‘뜨거운 감자’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 조사한 국내 하루 1인 평균 간병비는 약 8만5000원. 뇌출혈 등 급성 중증 환자의 경우 한 달 간병비만 26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간병 시장에선 웃돈이 붙어 10만원을 훌쩍 넘는 일이 흔하다.

그나마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요양원은 간병비까지 녹인 기본 비용의 80%를 대줘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지는 요양병원에서는 몸으로 때우지 않는 한 고스란히 보호자가 떠안아야 한다.

간병인은 구하기도 어렵다. 밤샘 수발을 해본 이들은 이유를 안다. 치매와 중증질환이 겹칠 경우 환자의 이상행동은 재난에 가깝다. 웃돈과 휴가비를 챙겨주고, 비행기 표까지 끊어주며 붙잡아 보지만 간병인은 수시로 짐을 싼다. 살가웠던 가족이 살인을 저지르는 종말적 비극도 벌어진다. “종교적 신념으로 버틴다”는 말(5년차 간병인)이 그래서 나온다.

졸지에 일을 당한 자녀가 정신줄을 놓은 상황에서 흔하게 듣는 말이 ‘간병파산’이다. 치매와 뇌출혈이 겹친 부모를 응급실을 거쳐 요양병원에 모신 회사원 A씨가 그런 예다. 한 달 월급이 500만원쯤인 그는 응급치료와 재활치료, 간병비 등을 합해 6개월간 3000만원을 썼다. 틈틈이 모아둔 애들 학비와 급한 대로 마이너스통장을 끌어다 썼다. 길어야 1년, 요양시설엔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칠순 노모를 지게에 태워 산으로 가는 일본 영화가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다시 요양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흡인성 폐렴(음식물이나 약물이 기도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폐질환)으로 치명적 상황이 잦다는 얘기가 믿기 어려웠지만, 최근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심해진 탓에 고민할 여유가 없어졌다. 외동인 그는 “형제들이 많은 환자 가족이 부럽다”고 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동체다. 저출산 문제가 고령화의 병리 현상을 가중하는 구조다. 한 자녀 또는 무자녀 가족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간병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

해법은 오리무중이다. 빠듯한 국가 예산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확대하자던 통합 간호간병 서비스는 산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간호사가 24시간 간호와 간병을 책임지는 이 제도는 환자가 아니라 병원을 위한 제도로 변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소변 수발 등이 필수인 중증 환자를 병원이 기피해서다. 스스로 화장실을 오가는 경증 환자를 반긴다.

정부 예산은 그런데도 저출산, 청년 주거, 교육 복지 같은 ‘선택적 문제’에 집중된다. 내국세의 20.79%를 꼬박꼬박 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 지난해 65조원. 한 해 노인 간병비 전체가 낭비 시비로 말썽인 이 예산의 10%(6조6000억원, 건보공단) 정도다. 출산과 교육은 선택할 수 있다. 아픈 노년은 누구에게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