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 킬러문항·EBS 연계율 등 주목…9월 모평부터 난도 하락 예상
이주호 "킬러문항 없애도 변별력 가능…출제 기법 고도화"
킬러문항 없애고 물수능 논란도 피해야…수능 난이도 조절 관건(종합)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적정 난이도를 확보하겠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올해 11월 16일 예정된 2024학년도 수능에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불수능' 기조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킬러 문항'을 배제하더라도 변별력 있는 수능이 되도록 하는 것이 당장 올해 수능을 5개월 앞둔 출제진과 교육당국의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 결국 수능이 쉬워진다는 뜻은 아닌지, '물수능' 논란은 어떻게 피해 갈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수능의)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간 논란이 돼 온,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소위 '킬러 문항'은 시험의 변별성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지만, 이는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모는 근본 원인이었다"고 킬러 문항을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이 부총리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이 부총리까지 나서 '킬러 문항 배제'라는 보다 구체적인 출제 방향을 공언한 셈이다.

이러한 언급들을 종합하면 결국 올해 수능 난도가 예년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킬러문항 없애고 물수능 논란도 피해야…수능 난이도 조절 관건(종합)
윤 대통령에 이어 이 부총리까지 '킬러 문항' 출제를 겨냥했기 때문에 올해 수능은 물론 당장 9월 6일로 예정된 평가원 주관 9월 모의평가에서도 킬러 문항은 출제에서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어 영역 독서 난이도가 하락할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국어 비문학 분야를 예로 들며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배제해야 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는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면서 미국 국제수지 적자가 지속하는 상황을 일컫는 '트리핀 딜레마'를 소재로 한 경제 분야 지문의 경우 사전 지식 없이 풀기 어렵다는 평이 나왔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도 과학과 철학 분야가 융합된 지문을 읽고 만유인력의 원리를 추론한 뒤 그와 관계된 명제들이 참인지 거짓인지 묻는 31번 문항이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렸다.

킬러문항 없애고 물수능 논란도 피해야…수능 난이도 조절 관건(종합)
이에 따라 올해 수능에서는 '준 킬러 문항'이 늘어나면서 몇 년 만에 '불수능' 논란은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시행된 2019학년도부터 지난해 2023학년도까지 출제된 수능은 비교적 어려운 편에 속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상승하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 이상일 경우 불수능으로 보는데, 지난해 시행된 2023학년도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미적분 145점, 기하·확률과 통계가 각 142점이 될 정도로 어려운 시험이었다.

2022학년도에는 국어(언어와 매체 149점, 화법과 작문 147점)와 수학(미적분·기하 각 147점, 확률과 통계 144점) 모두 '불수능'으로 꼽혔다.

통합 수능 도입 이전인 2021학년도에는 국어(144점), 2020학년도에는 수학 나형(149점)과 국어(140점), 2019학년도에는 국어(150점) 때문에 '불수능'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이 부총리가 이날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겠다"고도 강조한 만큼, 현재 50% 수준인 EBS 교재와의 연계율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이날 "문재인 정권은 수시 확대와 정시 확대를 오가는 혼선으로 입시 안정성을 흔들고 수능과 EBS 연계율을 갑자기 떨어뜨려 학부모와 학생들이 학원으로 달려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도 사교육 경감 방안으로 EBS를 활용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물수능 논란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을 피하려다가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평가원의 출제 방향과 학생들의 채점 결과가 빗나갔다는 점에 미뤄 실제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2021학년도부터 2023학년도 수능까지 평가원은 매번 평이한 수능을 냈다고 밝혔으나 성적 통지 결과 어려웠던 시험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학생들의 학력 하락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평가원이 킬러 문항을 배제한 가운데 최근과 같이 수험생들의 실력을 잘못 평가하는 상황이 겹칠 경우 변별력이 급격히 떨어져 '물수능'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 셈이다.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는 지침을 두고서도, 응용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 출제에서 과연 어디까지를 '공교육 과정 범위 내'라고 봐야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도 적정한 난이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킬러 문항을 없애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학 교수도 풀지 못할 정도로 문제를 배배 꼬는 사안이 많았는데, 이런 것들은 정말 없어져야 한다.

그런 문제로 손쉽게 변별력을 확보하는 논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충분히 좋은 평가자들이 좋은 문항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변별력이 가능하고 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나온 이러한 방침에 수험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 재수생은 수험생 커뮤니티에 "다들 비슷한 성적인데 이제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끝장"이라며 "6월 모평 때 독서도 쉬웠는데 더 쉬워진다는 건가"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