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저위험 음주 가이드라인' 제작 참여 서스캐처원대 교수
"3∼6잔 마시면 조기사망률 10배 증가"…"통제보단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
[인터뷰] 캐나다 보건전문가 버트 교수 "술병에 경고 문구 넣어야"
"사회생활을 위해 술을 마신다고 하지만, 우리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은 알코올이라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사람이에요.

논알코올 음료나 저알코올 음료 같은 대체음료를 마실 수도 있고, 2잔 마시던 것을 1잔으로 줄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
중독의학 분야 보건전문가인 피터 버트 캐나다 서스캐처원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건강을 위해 1주일에 2잔 이하를 적정 음주량으로 생각하고 절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트 교수는 캐나다 약물사용 및 중독센터(CCSA) 전문가 자문 그룹 공동의장으로 2011년에 이어 작년 '저위험 음주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했다.

CCSA는 2011년 1주일 적정 음주량으로 '여성 10잔(1잔=맥주 341㏄)·남성 15잔 이하'를 권고했다가 작년에는 '2잔 이하'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에서 '암 예방, 새로운 도전과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5회 국제심포지엄에 연사로 나섰다.

버트 교수는 작년 CCSA 권고안이 엄격해진 이유에 대해 "지난 10여년 간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계속 증가했다는 여러 증거를 발견했다.

알코올 섭취가 심장에 좋지 않다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술을 어느 정도 섭취해도 된다고 인식을 준다는 판단에서 권고 기준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캐나다 보건전문가 버트 교수 "술병에 경고 문구 넣어야"
그는 "과거에는 음주와 같은 자발적 행동으로 건강상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1천명당 1명꼴인 것으로 봤는데, 현재는 그 10배인 100명 중 1명이 음주로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맥락에서 음주를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었지만, 더는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버트 교수는 음주와 관련한 연구 결과나 가이드라인이 실제로 시민사회에서 효과를 발휘하려면 술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SA는 가이드라인에 술을 일주일에 2잔 이하로 마실 경우 조기에 사망하거나 장애를 초래할 위험은 1천명당 1명으로 낮지만, 3~6잔을 마실 경우 100명당 1명으로 위험 부담이 10배 증가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또 주당 7잔 이상 술을 마시면 암 발병률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심혈관과 간질환 등을 유발한다고도 설명했다.

버트 교수는 "알코올이 유발하는 폭력성도 중요하다.

특히 남성의 경우 술을 많이 마시고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을 저지르는 등 폭력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표준잔을 기준으로 2잔 이상을 마실 경우 폭력이나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캐나다 보건전문가 버트 교수 "술병에 경고 문구 넣어야"
버트 교수는 주류 업체 등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확히 측정된 수치를 알아야 알코올 섭취량을 관리할 수 있다"며 "술병에 표준잔을 기준으로 얼마만큼의 알코올이 들어있는지를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음료 포장용기 경고문구에서 음료 자체보다는 용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술병에 술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 폭력, 사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 라벨을 붙일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들의 행동을 통제하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