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전세 위험에 처한 보증금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집주인이 보증금 차액을 반환하는 경우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18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전셋값 하락으로 (보증금) 100조원 상당이 역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집주인이 전세계약 만료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돌려준 보증금은 1조565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한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집주인이 대출을 받으면 다음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있을 수 있어 집주인이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이 DSR 규제 완화로 받은 대출금을 투기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선 “보증금을 반환하는 등 제대로 용도에 맞게 쓰는지 확인하는 등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이날 발간한 ‘전세제도의 구조적 리스크 점검과 정책 제언’ 보고서를 통해 집값과 전셋값 동반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증금 회수가 지연되면 세입자는 주택 구입과 근무지 이전, 자녀 교육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전세제도 보완을 위해 금융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전세대출이 오히려 전셋값을 밀어 올리고, 투자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하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 이상인 주택에는 전세대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 용도로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담보대출비율(LTV)을 70%까지 허용하고, 대출 신청 금액이 1억5000만원 이하인 경우 DSR 적용을 배제해 세입자의 안정적인 퇴거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임대보증금반환보증(임대인 신청)과 전세보증금반환보증(임차인 신청)을 통합하고 집주인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세거래 안정을 위해 부동산중개업소의 임대인 관련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임대주택을 직접 중개·관리하는 기업형 중개 플랫폼과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도 과제로 꼽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