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일각서 "中 기술 탈취 돕는 협정 종료해야" 목소리
미, 40년 넘은 美中 과학기술협정 연장 놓고 시끌
지금껏 40년 넘게 이어져온 미중 과학기술협정(STA)을 올해 종료할지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 내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복수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중 STA는 1979년 양국 수교와 함께 체결된 뒤 5년 단위로 갱신돼왔다.

대기과학이나 농학부터 물리학이나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까지 망라하면서 인적·물적 교류의 기반 역할을 했고, 양국의 외교 관계를 민간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도 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과학적·상업적 성과를 도용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는 8월 27일 만료가 예정된 STA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직은 협정 갱신을 지지하는 견해가 다수지만, 미국 정부나 정치권에선 미중 양국의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과학기술 '협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설명했다.

미국 하원의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공화당)은 "미중 STA 연장은 우리 연구와 지적재산권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며 "행정부는 이 철지난 협정을 만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와 관련한 언급을 거부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 당국자들이 1년 전 미국 측과 접촉해 이 협정이 40년 동안 유익한 협력의 기초가 됐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류펑위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우리가 아는 한 미국 측은 여전히 협정 갱신에 관한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협정 만료 전에 내부 검토를 신속히 끝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양국이 협정 내용의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을 주도하는 국무부 등 미국 정부 안에선 협정의 갱신 혹은 만료, 산업스파이 방지용 세이프가드 추가나 데이터 교환의 상호주의 요구 등을 반영한 재협상 등 여러 선택지를 놓고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고 복수의 미 당국자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재의 미중 관계에서 재협상을 시도할 경우 협정이 궤도를 벗어나 '탈선'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기업들은 그간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 정책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몬산토의 종자부터 나사의 우주왕복선 설계 데이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이 탈취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도 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은 이달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주최 대담에서 "핵미사일이 냉전 시대의 특징이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세계 경쟁에선 기술이 각축전의 장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고지를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STA 갱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진보를 들여다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데니스 사이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중국의 친구든 적이든, 미국은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접근권이 필요하다"며 "협정 갱신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중국 때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협정을 찢어버리길 원치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시끄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동아시아 방첩 당국에서 일했던 애나 푸글리시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은 과학기술 협력이 한때는 양국 관계에서 '기분 좋은' 부분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국가안전법으로 데이터 반출을 규제하고 외국인의 국내 학술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해나가는 상황에서, 협정을 갱신하더라도 미국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