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가격 내려야" 콕 집어 압박…고민 빠진 업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라면 가격 인하를 권고하자 국내 라면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각 업체는 국제 밀 가격 하락에도 업체가 쓰는 밀가루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밀 외 다른 원료가격이 올랐다며 원가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국민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라면값 인상의 적정성 문제에 대해 "지난해 9∼10월에 (기업들이)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 내렸다"면서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나하나 원가를 조사하고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다"며 "이 문제는 소비자 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는 라면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농심은 지난해 9월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했고, 팔도, 오뚜기는 바로 다음 달 제품 가격을 각각 9.8%, 11.0% 인상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1월 라면 가격을 평균 9.7% 올렸다.

업체들은 당시 밀가루, 팜유 등 주요 수입 원자재뿐 아니라 물류비, 인건비 등 생산 비용 증가를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원가 부담은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다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평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밀 선물가격은 t당 419달러로 치솟았고 올해 2월 t당 276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01달러보다는 비싸다.

밀 선물가격 등락의 영향은 4∼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격에 반영된다.

밀 수입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 2월 기준 t당 449달러로 떨어졌으나, 평년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1.6배 수준이다.

밀가루 가격도 올라 지난달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0.0% 상승했고 2년 전과 비교해 38.6% 올랐다.

밀가루값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라면의 또 다른 원료인 전분은 오히려 가격이 오르고 있고, 물류비도 증가해 업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부담 경감을 위해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면 가격 인하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공식 요청 받은 것이 없다"면서도 "어려운 여건이지만 방안을 다각도로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국민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여러모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