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도 어머니' 엄격한 법 집행도 모정 앞에서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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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죄 저지른 여성 피고인…광주지법 재판부 "자녀 양육하라" 법정구속 유예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이 엄숙한 법정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광주법원 301호 형사대법정에 피고인들이 하나둘씩 입장해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A씨도 있었다.
A씨는 울음과 웃음으로만 감정 표현하는 어린 딸을 안고 방청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긴장감 속에 A씨 품에 안긴 딸은 답답한지 자꾸 내려오겠다고 칭얼거렸다.
A씨는 다가오는 재판에 대한 긴장보다는 재판 도중 혹시나 아이가 울음을 쏟아낼까 봐 공갈 젖꼭지를 물렸다 뺏기를 반복하며 어르고 달랬다.
급기야 억지로 엄마 품에서 벗어난 아이는 어색한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가 엄숙한 표정인 법정 경위의 다리를 붙잡고 웃어 보였다.
당황한 어머니가 다시 아이를 허겁지겁 안고 제자리로 돌아가 앉자 재판부가 입장했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라는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이날 8건의 선고를 연이어 내려야 하는 광주지법 형사12부 재판부는 서둘러 차례로 피고인들을 자리로 불러세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빼곡히 적힌 판결문을 빠른 속도록 읽어내느라, 숨 쉴 틈 없던 재판장의 목소리는 '엥~'하는 아기 울음소리에 2~3초간 끊겼고, 반복되는 정적이 아기의 울음을 달랬다.
평소 법정 안에서는 재판을 방해하는 작은 소음에도 제지받는 분위기지만, 이날만은 아이의 울음 지적하거나 눈 흘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A씨를 비롯한 피고인 3명의 선고 차례가 돼 A씨도 피고인석에 아이를 안은 채 섰다.
A씨는 미성년자를 성매매에 동원한 중죄를 저질렀다.
재판부는 3명의 피고인 중 A씨와 또 다른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양형 사유와 관련 처분을 재판장이 읽어가자 아이는 엄마의 걱정이 느껴졌는지, 또다시 짧은 울음을 터트렸다.
김상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잠시 눈을 떼 말을 멈춘 뒤 A씨와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며 "아이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있습니까?"고 물었다.
A씨는 어물쩍하게 중얼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재판 마지막에 김 부장판사는 A씨와 함께 기소된 남성 피고인에게 '법정구속'을 고지했고, 이 남성은 교도관들의 손에 이끌려 교도로 보내지기 위해 법정 옆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걸어 들어갔다.
실형을 선고받은 A씨도 아이를 달래는 손길을 멈추지 못한 채 당연히 법정구속 될 줄 알고, 그 남성을 따라 뒤따라 들어갔다.
아이와 함께 교도소로 향하는 A씨를 보고 방청석에서는 '아…'하는 나지막한 탄성도 들렸다.
그 순간 김 부장판사는 A씨를 불러세워 다시 피고인석에 세웠다.
그리고 "A씨도 징역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되어야 하지만, 돌을 갓 넘긴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 법정에서는 법정구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안전하고 보호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반드시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는 기간 어린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키운 후 재판 결과에 따라 죗값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A씨는 항소하게 되면 2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지만, 이후 형이 확정되면 결국 중죄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잠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던 재판부는 해당 판결을 마무리한 후 다시 차갑고 엄정한 자세로 다음 사건의 피고인을 법정으로 불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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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전 10시 광주법원 301호 형사대법정에 피고인들이 하나둘씩 입장해 선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는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A씨도 있었다.
A씨는 울음과 웃음으로만 감정 표현하는 어린 딸을 안고 방청석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재판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긴장감 속에 A씨 품에 안긴 딸은 답답한지 자꾸 내려오겠다고 칭얼거렸다.
A씨는 다가오는 재판에 대한 긴장보다는 재판 도중 혹시나 아이가 울음을 쏟아낼까 봐 공갈 젖꼭지를 물렸다 뺏기를 반복하며 어르고 달랬다.
급기야 억지로 엄마 품에서 벗어난 아이는 어색한 걸음으로 아장아장 걸어가 엄숙한 표정인 법정 경위의 다리를 붙잡고 웃어 보였다.
당황한 어머니가 다시 아이를 허겁지겁 안고 제자리로 돌아가 앉자 재판부가 입장했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십시오"라는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
이날 8건의 선고를 연이어 내려야 하는 광주지법 형사12부 재판부는 서둘러 차례로 피고인들을 자리로 불러세워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빼곡히 적힌 판결문을 빠른 속도록 읽어내느라, 숨 쉴 틈 없던 재판장의 목소리는 '엥~'하는 아기 울음소리에 2~3초간 끊겼고, 반복되는 정적이 아기의 울음을 달랬다.
평소 법정 안에서는 재판을 방해하는 작은 소음에도 제지받는 분위기지만, 이날만은 아이의 울음 지적하거나 눈 흘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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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미성년자를 성매매에 동원한 중죄를 저질렀다.
재판부는 3명의 피고인 중 A씨와 또 다른 피고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양형 사유와 관련 처분을 재판장이 읽어가자 아이는 엄마의 걱정이 느껴졌는지, 또다시 짧은 울음을 터트렸다.
김상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잠시 눈을 떼 말을 멈춘 뒤 A씨와 아이를 한동안 바라보며 "아이를 대신 돌봐줄 사람이 있습니까?"고 물었다.
A씨는 어물쩍하게 중얼거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재판 마지막에 김 부장판사는 A씨와 함께 기소된 남성 피고인에게 '법정구속'을 고지했고, 이 남성은 교도관들의 손에 이끌려 교도로 보내지기 위해 법정 옆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걸어 들어갔다.
실형을 선고받은 A씨도 아이를 달래는 손길을 멈추지 못한 채 당연히 법정구속 될 줄 알고, 그 남성을 따라 뒤따라 들어갔다.
아이와 함께 교도소로 향하는 A씨를 보고 방청석에서는 '아…'하는 나지막한 탄성도 들렸다.
그 순간 김 부장판사는 A씨를 불러세워 다시 피고인석에 세웠다.
그리고 "A씨도 징역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되어야 하지만, 돌을 갓 넘긴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해 이 법정에서는 법정구속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가 안전하고 보호받으며 자랄 수 있도록 반드시 항소해, 항소심이 진행되는 기간 어린 자녀를 조금이라도 더 키운 후 재판 결과에 따라 죗값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A씨는 항소하게 되면 2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지만, 이후 형이 확정되면 결국 중죄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잠시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던 재판부는 해당 판결을 마무리한 후 다시 차갑고 엄정한 자세로 다음 사건의 피고인을 법정으로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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