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인천시 지원금 받지 않겠다" 발표 후 민간 후원 행렬
"퀴어 영화는 빼 달라" 인천시 요구에 영화제 측 강한 반발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가 다음 달 개막을 앞둔 가운데 보조금을 지원하는 인천시가 퀴어 영화 배제를 요구하자 영화제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인천여성영화제 측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채널을 통해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인천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선정됐으나 담당 부서는 실행계획서 승인을 앞두고 상영작 검열과 퀴어 영화 배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혐오 행정을 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인천시 지원을 거부하고, 우리 힘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19회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 보조금 지원사업으로 진행됐고 올해 역시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상황이었다.

영화제 측은 인천시와 영화제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담당 부서인 여성정책과가 상영작 리스트를 제출받은 뒤 퀴어 영화 상영을 배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부서는 영화제 측과 전화 통화에서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어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퀴어 영화 제외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제 측은 "올해 상반기 내내 인천시 예산 지원을 염두하고 행사를 추진해왔기 때문에 자체 예산만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원래 나흘간이었던 영화제 기간을 하루 단축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펀딩 플랫폼을 통해 영화제를 후원하는 손길이 이어졌다.

이날 현재 109명이 후원에 참여해 당초 목표 금액(500만원)보다 많은 554만9천원이 모였다.

영화제 측은 퀴어 영화인 반박지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두 사람'을 이번 영화제 폐막작으로 공개했다.

이 작품은 20대 시절 언어가 통하지 않던 낯선 나라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수현과 인선이 인연을 맺어 노년까지 연대하고 돌보며 사랑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제는 다음 달 14일부터 사흘간 인천시 미추홀구 '영화공간 주안' 3·4관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