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잘못으로 전체 피해…관리 벗어난 개인 점포 많아"
과거부터 굳어진 바가지 꼬리표…논란 때마다 여론 뭇매
[르포] 바가지 근절 결의한 소래포구…이젠 달라질까
"20∼30년간 단골을 유지하는 점포들도 많아요.

맹목적 비난을 받을 때마다 답답한 심정입니다.

"
1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주말을 맞아 제철 해산물을 사러 온 방문객의 발걸음이 시장 골목골목을 채웠고, 300개가 넘는 점포의 상인들은 저마다 싱싱한 상품을 내세우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이날은 소래포구 상인들이 지난 14일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겠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대회를 개최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었다.

어시장 내부를 둘러보니 대부분 점포는 어종별 원산지를 표기했고, 과도한 호객 행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통어시장 점포에서 국내산 꽃게 가격을 묻자 1㎏당 암게는 3만원, 수게는 2만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시장 전광판에 적힌 해산물 시세표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입구에는 소비자가 직접 수산물 무게를 잴 수 있는 표준 계량대와 민원 창구인 '고객 소리함'도 설치돼 있었다.

소래포구가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바가지' 이미지는 이날만큼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려웠다.

[르포] 바가지 근절 결의한 소래포구…이젠 달라질까
소래포구 상인들은 앞서 지난 12∼14일 2박 3일간 위법 행위 근절 교육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자정대회를 열어 호객 행위와 바가지 척결을 외쳤다.

상인들은 지난달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래포구 한 점포의 '꽃게 바꿔치기'로 피해를 봤다는 게시글이 공유되며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글쓴이는 당시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매했지만, 집에 도착해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논란이 커지자 자정대회를 열어 고객을 향한 사과의 뜻으로 큰절을 올리고 어시장을 돌아다니며 퍼레이드에 나섰지만, 소래포구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는 여전한 실정이다.

상인들은 과도한 비난 여론에 억울함을 토로하면서도 손님들이 변화의 모습을 알아주길 바라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르포] 바가지 근절 결의한 소래포구…이젠 달라질까
전통어시장 상인들은 과거부터 굳어진 소래포구의 부정적 이미지 탓에 지금까지 과도한 비난이 쏟아진다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상인 안영순(64)씨는 "소래포구 규모가 커지면서 전통어시장 외에도 다양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며 "개중에 한 점포라도 논란을 빚으면 전체 상인이 욕을 먹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소래포구에는 전통어시장을 비롯해 영남어시장, 종합어시장, 인천수협 소래공판장 좌판 등 다양한 시장과 개인 점포들이 뒤섞여 있다.

우선희(60) 전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장은 "상인회를 중심으로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는 곳도 있지만, 사유지에서 개인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관리·감독에 공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르포] 바가지 근절 결의한 소래포구…이젠 달라질까
소래포구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수도권 유일의 재래어항인 소래포구는 새우·꽃게·젓갈 등을 파는 어시장이 모여 있어 전국적으로도 이름난 관광 명소지만, 그만큼 무질서한 환경과 과도한 바가지로도 악명이 높았다.

1990년대 소래포구를 방문하는 이들은 입구에 들어서면 손을 크게 휘저으며 앞길을 가로막는 호객꾼들을 먼저 만나야 했다.

불친절한 응대를 비롯해 손님을 속여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가 성행하며 점차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늘어났다.

소래포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때가 많았다.

소래포구 최악의 화재가 기록된 2017년에는 어시장 내 좌판 220여개와 점포 20여곳이 불에 탔으나 오히려 상인들을 비난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당시 화재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주로 어시장에서 꽃게나 젓갈 등을 산 경험을 토대로 바가지요금이나 부실한 상품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솔직히 소래포구에는 비양심적인 상인이 너무 많다, 안 가는 게 답'이라거나 '불난 건 안타깝고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지만 옛날에 꽃게 바꿔치기 당한 것을 생각하니 성질난다'고 비난했다.

안광균(46)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장은 "이번 자정대회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그만큼 간절하다는 표현"이라며 "상인들은 꾸준한 노력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서로 의기투합해 하나씩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인정받을 때까지 쓴소리를 감내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