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처벌불원서' 냈다가 번복했지만 공소 기각
젖먹이 안고 협박·아내 폭행에도 처벌 면한 남편
생후 9개월에 불과한 딸을 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며 협박하고, 이를 말리는 아내를 때린 남편이 처벌을 면했다.

처벌불원서를 법원에 낸 아내가 마음을 바꿔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했으나 법원은 처벌불원서를 접수한 이상 그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이은상 판사는 협박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41)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아내 B(39)씨와 생후 9개월 된 딸의 양육 문제로 언쟁하다가 화가 나 딸을 안고 베란다로 가서 "죽어버리겠다"며 떨어질 것처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딸의 신변에 위협을 느낀 B씨가 A씨의 행위를 제지하려고 하자 발로 차고 손으로 미는 등 폭행한 혐의도 더해졌다.

남편을 고소한 B씨는 공소가 제기된 뒤 법원에 우편을 통해 '고소를 취소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을 자필로 쓴 합의서를 냈다.

그러나 법원 공무원으로부터 '우편물이 도착했는데 본인이 작성한 게 맞느냐'는 전화 물음에 "쓴 건 맞는데, 나는 처벌을 원한다"며 입장을 바꾸고 남편을 처벌해달라고 했다.

이 판사는 "피해자가 현재도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진술했으나 자필로 작성해 직접 우편으로 낸 처벌불원서를 접수한 이상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가 명백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표현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 형벌권의 행사 여부를 시기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피해자의 의사에 전적으로 맡길 수는 없으므로, 처벌불원서를 접수한 후에는 그 의사를 철회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철회는 모두 효력이 없다"고 공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