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만에 밝혀진 반전…'그리스 최고 걸작'에 숨겨진 오류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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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헬레니즘 걸작 '라오콘 군상'
'축소 버전' 국립중앙박물관서 무료 전시중
인류 역사에 남을 걸작으로 꼽히며
미술사에 큰 영향 끼쳤지만
"얼굴 묘사 사실과 다르다" 밝혀져
'축소 버전' 국립중앙박물관서 무료 전시중
인류 역사에 남을 걸작으로 꼽히며
미술사에 큰 영향 끼쳤지만
"얼굴 묘사 사실과 다르다" 밝혀져
![1900년 만에 밝혀진 반전…'그리스 최고 걸작'에 숨겨진 오류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33492.1.jpg)
그의 이름은 라오콘.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의 분노를 사 두 아들과 함께 바다뱀에게 목숨을 잃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방금 보신 조각 ‘라오콘 군상’은 그의 최후를 다룬 작품입니다. 2100여년 전 그리스 조각가들이 만든 아주 유명한 걸작이지요. 이 작품은 가장 복제품이 많은 조각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하는데, 작품을 집에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이 표정, 사실은 오류가 있습니다. 복제품만 그런 게 아니라 바티칸에 있는 원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번 얼굴을 보시지요. 뭐가 틀렸는지 혹시 아시겠나요.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한 그리스·로마 조각품 120여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2027년 5월 30일까지 무려 4년간 열리는 데다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시간 날 때 한 번쯤 들러 보셔도 좋겠지요. 전시를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오늘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이 조각상에 관련된 재미있는 사연들을 풀어 봤습니다. 표정에 있는 오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①위대한 걸작이라더니…표정 묘사 틀렸다고?
이 조각상, 정말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다. 르네상스가 낳은 천재 미켈란젤로, 독일의 대문호 괴테, 근대 미술사학의 아버지 요한 요아힘 빙켈만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지요. “그림과 조각, 문학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예술을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부분은 바로 얼굴입니다. 극한의 고통과 절망을 표현했는데도 아름다운 이 얼굴. 빙켈만은 이 얼굴에 대해 “고전 예술의 정수인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라오콘의 표정과 주름이 해부학적으로 부정확하다는 건 사실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예컨대 진화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알면서도 일부러 이렇게 조각한 것”이라는 결론을 책에 썼습니다. “라오콘의 표정 묘사에 오류가 있는 건 사실이다. 조각가도 이를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위해 오류를 무시했고, 덕분에 라오콘의 얼굴에는 격렬한 고통과 깊은 고뇌가 공존한다.” 복잡한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하기 위해 정확성을 조금 희생했다는 얘기입니다.
② 라오콘은 왜 뱀에 물린 걸까
그러고 보면 라오콘의 표정이 좀 묘합니다. 한없이 고통스럽고 슬펐을 테니,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지르거나 오만상을 찌푸려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 라오콘이 왜 신의 분노를 샀고 죽임을 당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첫 번째는 ‘잘못된 행동을 해서 벌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쪽 버전에서 라오콘은 아폴론 신의 사제로 등장하는데, 독신을 지키기로 아폴론에게 맹세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결혼을 해서 두 아들을 뒀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폴론은 큰 바다뱀 두 마리를 보내 라오콘을 죽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따른다면 라오콘은 마음 한편으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을 겁니다. 표정이 복잡한 것도 그 때문일 테고요.


③조각상이 바꾼 미술 대세


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역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 작품은 당시 르네상스 예술가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각상이 발견되기 전 유럽 예술계의 대세는 우아하고 정적이면서 엄숙한 고대 그리스 예술(기원전 4~5세기) 양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후에는 라오콘처럼 역동성과 활력이 넘치는 작품들이 유행하게 됩니다. 바로 라오콘이 만들어진 헬레니즘 시대(기원전 1~2세기)의 예술 양식입니다.

마침 전시가 열리는 그리스·로마 전시실은 꼭대기 층(3층), 입구에서 가장 먼 위치에 있습니다. ‘사유의 방’이나 메소포타미아 상설전처럼 가는 길에 있는 다른 무료 상설 전시를 함께 본다면 더욱 즐겁고 알찰 겁니다. 날씨도 갈수록 더워지는데, 시원한 박물관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면 어떨까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번 기사는 논문 'Duchenne's Frontispiece'(W. Leister), '라오콘' (고트홀드 에프라임 레싱 지음, 윤도중 옮김, 나남), BBC 기사 'Laocoon and His Sons: The revealing detail in an ancient find'(Kelly Grovier)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미술과 고고학, 역사 등 과거 사람들이 남긴 흥미로운 것들에 대해 다루는 코너입니다. 토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쉽고 재미있게 쓰겠습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2만여명 독자가 선택한 연재 기사를 비롯해 재미있는 전시 소식과 미술시장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