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50대 초반 직장인 A씨는 한 달 월급의 절반가량을 자녀 학원비로 쓴다. 고등학생인 첫째는 영어(40만원), 과학(45만원) 학원에 다니며 수학은 과외(72만원)를 받는다. 둘째(중학생)는 수학(45만원)과 영어(55만원) 학원만 다닌다. 국어나 논술은 부담이 커 못 보내고 있다. 그래도 두 자녀의 사교육비로 매달 257만원이 빠져나간다. A씨 월급 552만원(실수령액 기준)의 절반이 학원비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꾼다. 그는 “둘째가 대학에 가는 5년만 버티자는 마음”이라며 “재수를 하면 수천만원이 더 든다는데, 대학에 제때 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이 대한민국 가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과거 중·고등학생 때부터 본격화하던 사교육 부담은 이제 영어유치원 등 유아 단계까지 내려왔다. 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가계가 사교육의 볼모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에서 사교육에 쓴 돈은 25조9538억원에 달한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2013년(18조5960억원)보다 40% 늘었다.

사교육 시기가 조기화하면서 학부모의 부담은 더 커졌다. 과거 대입을 위해 5~6년 정도 사교육비를 썼다면 이제는 영어유치원부터 15~17년 이상 교육비를 부담해야 한다. 30세에 아이를 낳아 40대 중반까지 50% 가까운 소득을 사교육비에 쓴다면 노후 대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사교육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강도 높은 사교육 대책’을 재차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며 사교육 카르텔 타파를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날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출제한 책임을 물어 담당 국장을 전격 경질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