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괴담'이 키운 천일염 사재기
전남 신안군 증도면의 태평염전은 넓이 462만㎡의 국내 최대 소금 생산지다. 단일 염전으로는 생산량이 국내 최대다. 원래 증도는 전증도와 후증도로 나뉘어 바닷물이 빠지면 징검다리로 건너다녔는데, 두 섬 사이를 둑으로 연결해 생긴 간척지에 염전을 조성했다고 한다. 청정한 갯벌을 다져 만든 토판에 무공해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말린 토판천일염은 미네랄이 풍부한 명품 소금으로 유명하다. 1953년 염전을 조성할 때 지은 석조(石造) 소금창고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드넓게 펼쳐진 수십 개 염전에서 바닷물이 졸아들면서 모습을 드러낸 소금 결정체가 반짝이는 모습은 경이롭다. 푸른 바다,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염전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하지만 염부(鹽夫)들의 삶은 고되다. 소금 결정체를 한곳으로 모으고 펼치는 수없는 써레질 끝에 소금이 탄생한다. 반짝이는 소금은 곧 땀의 결정체인 셈이다.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여름에 때아닌 소금 사재기가 논란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반도 연근해 바닷물도 오염될 것이므로 ‘오염되지 않은 천일염’을 미리 사두자는 것이라는데, 실상은 다르다.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낸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바다에 배출되면 빗물 수준으로 농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바닷물의 염도는 3.5% 정도여서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소금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요즘 소금값이 오르는 건 오염수 때문이 아니라는 게 정설이다. 우선, 폐업한 염전이 급증했다. 2012년 1만143㏊였던 염전 면적은 2022년 8362㏊로 17.6% 줄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인 2017~2021년에는 여의도 면적의 2.7배에 이르는 777㏊의 염전이 태양광 발전시설로 변했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신안군에서 지난해 폐업한 염전만 98곳, 206㏊에 이른다. 지난 4~5월 잦은 비로 소금 생산량도 줄었다. 이런 상태에서 야권이 ‘방사능 물고기’ ‘방사능 소금’ 등의 오염수 괴담을 끝없이 퍼뜨리면서 불안감을 조성했고, 이를 틈 탄 중간 상인들이 사재기하면서 일반 소비자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근거 없는 괴담이 ‘소금 사재기’를 부른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