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신용등급 우려 번지는 게임업계…실적 부진에 신작 효과 실종
이 기사는 06월 15일 15:2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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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를 앞두고 게임업계가 떨고 있다. 실적 악화에 신작 효과 부진 등으로 업황 반등이 좀처럼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진 넷마블에 이어 신용도가 하향 조정되는 게임사들이 더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실적 부진 늪에 게임업계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를 앞두고 게임업계의 신용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개발자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마땅한 신작 흥행 부재 등이 실적 하락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넥슨과 함께 ‘3N’ 구도를 형성했던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실적 악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넷마블은 올해 1분기 매출 6026억원, 영업손실 282억원으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1분기 매출 4788억원, 영업이익 81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39%, 67% 줄었다.

중소형 게임사들의 실적도 주춤하고 있다. 컴투스는 1분기 매출 1927억원과 1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마케팅 비용 등이 늘어나면서 전년 동기(2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펄어비스는 1분기 매출 858억원, 영업이익 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 79% 감소했다.
[마켓PRO] 신용등급 우려 번지는 게임업계…실적 부진에 신작 효과 실종

게임업계 신용도 먹구름

게임 업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신용등급 하락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나신평과 한기평이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렸다.

국내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받은 게임사 중 엔씨소프트의 신용도가 ‘AA(안정적)’로 가장 우량하다. 넷마블이 ‘A+(안정적)’로 뒤를 잇고 있다. 컴투스가 ‘A(안정적)’, 크래프톤이 ‘A(안정적)’, 카카오게임즈가 ‘A(안정적)’, 더블유게임즈가 ‘A(안정적)’로 A급을 유지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A-(안정적)’로 책정됐다.

올해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을 게임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게임사의 실적은 물론 재무 부담, 신작 출시 성과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게임사의 재무안정성을 확인하는 지표로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순차입금의존도 등이 주로 사용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3월 ‘주요 게임업체의 2022년 연간 잠정 실적’ 보고서를 통해 “신작 출시 성과와 재무 부담 제어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요인”이라며 “넷마블의 경우,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인수에 따른 자금 유출로 재무 완충력이 저하된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켓PRO] 신용등급 우려 번지는 게임업계…실적 부진에 신작 효과 실종

신용도 하락하면 자금 조달도 '난항'

신용도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악순환도 문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더 높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대표적인 조달 창구인 회사채 시장에서도 게임업계는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2021년에는 컴투스,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이 창사 후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에 등장하는 등 자금 조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채권 시장이 위축된 데다 실적까지 급감하면서 미매각 우려에 회사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회사채뿐 아니라 다른 자금 조달 창구를 활용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마블은 최근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통해 최대 7억달러를 조달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투자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발행을 철회했다.

다만 해외 진출 성과에 따라 하반기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중국 국내 게임판호(서비스 허가증) 발급이 재개되면서 해외 시장 공략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