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동조자' 응우옌 "박찬욱은 훌륭한 이야기꾼…굳은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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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계 美 소설가 방한…박 감독이 동명의 HBO 드라마 연출
첫 장편소설로 퓰리처상 받으며 주목…후속작 '헌신자' 최근 번역출간
"박찬욱 감독은 훌륭한 감독일 뿐 아니라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하죠. 제 소설을 영상화하는 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잘 해낼 거라는 굳은 믿음이 있습니다.
"
장편소설 '동조자'(원제 The Sympathizer)를 쓴 미국의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52)이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작가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박찬욱 감독 영화의 골수팬이라면서 그의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고 했다.
소설 '동조자'는 현재 미국의 제작사 HBO에 의해 동명의 TV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다.
미국의 스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계 샌드라 오가 출연하며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응우옌은 "박 감독이 제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들었을 때 아주 기쁘고, 영광이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가 생생합니다.
기억에 관한 문제를 다룬 이 영화의 에너지, 정치적 함의, 초현실적 분위기 등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극장에서 보고 집에서 한 번 더 본 뒤 이후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모두 봤지요.
"
미국의 베트남 이민 2세로 '보트피플' 출신 작가인 응우옌은 첫 장편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의 책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는 민음사에서 2018년 번역돼 나왔다.
'동조자'는 베트남전쟁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으로 들여다본 소설이다.
스릴러의 외양에 지적이고 세련된 풍자와 블랙 유머, 고도의 실험적 문학 장치를 곁들여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작가는 몇해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박찬욱 감독을 처음 만난 뒤 자택에도 초청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박 감독이 내 소설을 매우 꼼꼼히 읽고 난 뒤 많은 질문과 이런저런 제안을 해줬다"면서 "내 소설이 출간되기 전에 박 감독을 만났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아이디어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소설에는 베트남전 말기에 남베트남에서 태어나 사이공이 함락되자 부모를 따라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한 작가의 개인사가 짙게 녹아 있다.
"저도 주인공처럼 이중간첩 같은 느낌을 받으며 자랐어요.
집에서는 미국인인 제가 베트남인 부모를 염탐하는 것 같았고, 밖에선 베트남인으로서 미국 사회를 염탐하는 기분이었죠. 제 소설이 식민 지배와 전쟁, 인종차별 등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부러 스파이·스릴러물의 외형을 택했습니다.
풍자, 유머, 액션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드라마도 꼭 보세요.
"
40대 중반에 발표한 첫 장편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본업은 교수다.
미국 문학과 소수민족 문화 등이 전공인 그는 지금도 LA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그는 베트남전을 한국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2008년과 2010년에 방한했다.
안정효의 '하얀 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등 베트남전을 다룬 한국 문학작품의 영어판도 모두 구해서 읽었다고 했다.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서사로 풀어내는지에 관심이 커서 취재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경험과 연구는 제 책(Nothing Ever Dies: Vietnam and the Memory of War)에서도 한 챕터로 다뤘지요.
"
'동조자'의 후속편인 '헌신자'도 작가의 방한에 맞춰 이번에도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헌신자'는 1858년부터 베트남을 식민 지배한 프랑스로 배경을 옮겨 식민주의의 그늘과 현재를 다뤘다.
1980년대 파리의 곳곳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 특유의 지적인 블랙 유머가 더 예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역사의 주체들은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술하려는 욕망이 있어요.
베트남과 한국도 과거의 어렵고 까다로운 이야기, 불편해지는 이야기를 직시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나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지요.
제 두 소설은 그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지 그 이야기(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
첫 장편소설로 퓰리처상 받으며 주목…후속작 '헌신자' 최근 번역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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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동조자'(원제 The Sympathizer)를 쓴 미국의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52)이 서울국제도서전 초청 작가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박찬욱 감독 영화의 골수팬이라면서 그의 거의 모든 영화를 다 봤다고 했다.
소설 '동조자'는 현재 미국의 제작사 HBO에 의해 동명의 TV 시리즈로 제작되고 있으며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있다.
미국의 스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계 샌드라 오가 출연하며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다.
응우옌은 "박 감독이 제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든다고 들었을 때 아주 기쁘고, 영광이었다"고 떠올렸다.
"영화 '올드보이'를 처음 봤을 때가 생생합니다.
기억에 관한 문제를 다룬 이 영화의 에너지, 정치적 함의, 초현실적 분위기 등 정말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극장에서 보고 집에서 한 번 더 본 뒤 이후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을 모두 봤지요.
"
미국의 베트남 이민 2세로 '보트피플' 출신 작가인 응우옌은 첫 장편 '동조자'로 2016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등을 받았다.
그의 책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고, 국내에서는 민음사에서 2018년 번역돼 나왔다.
'동조자'는 베트남전쟁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인 주인공의 눈으로 들여다본 소설이다.
스릴러의 외양에 지적이고 세련된 풍자와 블랙 유머, 고도의 실험적 문학 장치를 곁들여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작가는 몇해 전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박찬욱 감독을 처음 만난 뒤 자택에도 초청해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박 감독이 내 소설을 매우 꼼꼼히 읽고 난 뒤 많은 질문과 이런저런 제안을 해줬다"면서 "내 소설이 출간되기 전에 박 감독을 만났다면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훌륭한 아이디어들이었다"고 돌아봤다.
소설에는 베트남전 말기에 남베트남에서 태어나 사이공이 함락되자 부모를 따라 네 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성장한 작가의 개인사가 짙게 녹아 있다.

집에서는 미국인인 제가 베트남인 부모를 염탐하는 것 같았고, 밖에선 베트남인으로서 미국 사회를 염탐하는 기분이었죠. 제 소설이 식민 지배와 전쟁, 인종차별 등 심각한 주제를 다루지만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부러 스파이·스릴러물의 외형을 택했습니다.
풍자, 유머, 액션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드라마도 꼭 보세요.
"
40대 중반에 발표한 첫 장편으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그의 본업은 교수다.
미국 문학과 소수민족 문화 등이 전공인 그는 지금도 LA의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 그는 베트남전을 한국이 어떻게 기억하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2008년과 2010년에 방한했다.
안정효의 '하얀 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등 베트남전을 다룬 한국 문학작품의 영어판도 모두 구해서 읽었다고 했다.
"한국이 베트남전 참전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것을 서사로 풀어내는지에 관심이 커서 취재를 많이 했습니다.
이런 경험과 연구는 제 책(Nothing Ever Dies: Vietnam and the Memory of War)에서도 한 챕터로 다뤘지요.
"
'동조자'의 후속편인 '헌신자'도 작가의 방한에 맞춰 이번에도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헌신자'는 1858년부터 베트남을 식민 지배한 프랑스로 배경을 옮겨 식민주의의 그늘과 현재를 다뤘다.
1980년대 파리의 곳곳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 특유의 지적인 블랙 유머가 더 예리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든 역사의 주체들은 과거를 긍정적으로 기술하려는 욕망이 있어요.
베트남과 한국도 과거의 어렵고 까다로운 이야기, 불편해지는 이야기를 직시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나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이지요.
제 두 소설은 그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지 그 이야기(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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