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모습. 사진=한경DB
여의도 모습. 사진=한경DB
올 4월 발생한 SG증권발 급락 사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주식시장에서 또 재현됐다. 이 여파로 하루에만 5000억원을 웃도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다만 이번에는 당국이 해당 종목들에 대한 매매거래를 일제히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투자자들로선 상황이 규명되기까지 무기한으로 돈이 묶이게 됐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방림(923억원), 동일산업(1600억원), 만호제강(813억원), 대한방직(864억원)과 코스닥 상장사인 동일금속(846억원) 등 5개 종목이 하한가로 직행하며 종가 기준 시가총액 5046억원이 사라졌다.

앞서 전일 방림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등 총 5개 종목이 비슷한 시각 하한가로 직행했다. 이들 종목은 이날 오전 약세를 보이다가 방림이 오전 11시46분께 가장 먼저 하한가로 갔고 뒤이어 동일금속이 11시 57분 가격제한폭까지 내렸다. 동일산업과 만호제강, 대한방직은 오후 12시10∼15분께 차례로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포털 등에 마련된 증시·개별 종목게시판 등을 통해 '있는 사람들이 더한다. 힘 없는 개미들만 눈 뜨고 당한다', '내 돈은 어쩌냐…살려달라', '옆동네 일본은 증시 날라가는데 우리나라는 일만 터지네…한국에서 주식하기 참 힘들다', '무주식이 상팔자', 'SG증권발 사태 터진지 얼마나 됐다고…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또 터지다니', '법의 테두리에 있어도 다른 게 없네, 다시 코인으로 간다' 등 의견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일단 5개 종목에 대해 매매 거래 정지 결정을 내린 상태다. 금융 정책·감독 당국은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동시 하한가의 원인은 현재로선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단 시장에서는 시세조종에 의한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앞선 4월 말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계좌에서 대량 발생한 반대매매로 SG증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온 것과 비슷한 'CFD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업계에선 CFD 반대매매와는 패턴이 다르다는 시각도 짙다. 앞선 사태 때는 외국계 증권사인 SG증권에서 동일하게 매도물량이 나왔지만, 이번 하한가 종목들의 매도 창구로는 여러 국내 증권사들이 분포해 있다.

또 이들 종목은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한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 매수 추천이 이뤄진 종목들이라는 공통점도 갖는다. 이 커뮤니티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종목 위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주주제안 등 다양한 활동을 펴왔다.

한편 강모씨는 이날 오전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려 자신이 주가조작 세력의 배후라는 의혹에 대해 "시장의 억측"이라고 변론했다. 그는 "두 딸과 큰누나, 작은매형, 처형까지 반대매매로 인해 '깡통계좌'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