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더기 하한가' 배경엔 투자 카페…"신용연장 실패해 매도"
국내 증시에서 최근 3년간 수백 퍼센트대 상승률을 보인 종목들이 1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아 매물이 대거 나온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네이버 B투자카페를 운영하는 강모 소장은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가가 올랐으면 전부 작전이라고 시장에서 이야기하며 증권사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대출도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며 "대출을 이용하고 있던 사람들은 전부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2012년부터 네이버에 B투자카페를 운영하며 동일금속, 동일산업, 만호제강 등 국내 증시 상장 기업에 대한 소식들을 공유해왔다. 강 소장은 가치투자를 위해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10여년간 매수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기업들은 대주주 승계 문제가 있어 회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해 온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지분을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페에 공유된 기업들의 주가는 최근 3년여간 수백퍼센트의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동일산업의 주가는 지난 2020년 1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최근 3년 간 182%가량 올랐다. 이날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금속(+169%), 만호제강(+250%), 방림(+227%), 대한방직(+74%) 등도 같은 기간 수백%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일부 투자기업 가운데 우호지분만 비교하면 대주주보다 많은 지분을 가진 기업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 즈음부터 해당 종목들은 일제히 물량이 쏟아지며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이에 시장 관계자들은 '제2의 SG 사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한가를 기록한 모 기업 관계자도 "내부적으로는 CFD 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로 추정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강 소장은 증권사의 독촉을 이기지 못한 일부 회원들이 매물을 쏟아낸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주식 차트가 장기간에 걸쳐 올라온 것이 SG사태 당시와 유사하다며 증권사에서 대출 연장을 못해준다고 말했다"며 "M증권사의 경우 지점장이 사무실에 몇 번을 찾아왔고, 회원들에게도 전화해 위험한 종목이니 매도하라고 독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페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따라 던졌을 수도 있지만 나무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업계 관계자는 "SG 사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 대출 연장을 거부하는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날 다섯 개 종목 하한가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확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별 신용 공여가 가능한 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100%인데, 증권사별로 자율적인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당국 주도로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논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강 소장은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강 소장이 조광피혁, 삼양통상, 아이에스동서 등 종목에 대한 시세조종을 통해 200억 원대의 차익을 거뒀다고 봤다. 이에 강 소장은 "검찰과 일부 대주주가 누명을 씌운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호진기자 auv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