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개막부터 '시끌'…문화예술단체 항의로 행사 진행 일부 마비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과 동시에 소란에 휩싸였다. 도서전 홍보대사에 오정희 작가가 위촉된 점을 두고 문화예술단체들이 항의에 나서면서다. 이들 단체는 오 작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내놓았다.

14일 오전 10시 한국작가회의를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는 도서전 개막을 앞두고 서울 코엑스 동문 앞에서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 중의 한 사람이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로 알려진다는 것은 한국 사회 문화예술과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하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의 온상이었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핵심 위원으로 있었다"며 "헌법상 보장된 표현과 사상, 양심, 출판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데 앞장선 혐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이 행사장 내부로 진입하면서 소동이 발생했다. 도서전 개막 행사가 시작된 11시경, 이들 단체는 출입을 저지하는 경호원들을 뚫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일부는 행사장 바닥에 누워 주최 측과 대치했다. 곳곳에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예술인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냐"며 "부패한 문학 권력 앞에서 침묵하지 않겠다"는 고성이 터져나왔다.

소동의 여파로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의 축사가 예정보다 7분가량 지연됐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정권 교체 이후 첫 도서전이란 상징성이 있는 만큼, 오 작가의 홍보대사 위촉이 자칫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면죄부'를 쥐여 준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정희 작가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늘 도서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른다"며 "도서전의 얼굴(홍보대사)은 안 하기로 했고, 오는 18일 강연에도 불참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주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번 홍보대사 선정 과정에 지난 정권서 논란이 됐던 블랙리스트 관련 활동 단체들의 문제제기와 방문이 있었다"며 "이후 오정희 작가가 포함된 홍보물 완전폐기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고, 추가적인 언론 노출이나 공개 행사 자제 노력 등을 구두로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도서전 운영팀은 오정희 작가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언론간담회와 토크쇼 등 각종 행사 취소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는 설명이다.

출협 측은 "그간 홍보대사는 작가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서울국제도서전 운영팀이 '책을 사랑하는 저명인사나 저자'를 선정해왔다"며 "서울국제도서전이 책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할 수 있도록 홍보대사 선정과정을 포함해 다양한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시욱/구은서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