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 원인 CFD와 무관하지만 '빚투' 가능…주가 2∼3년간 상승도 유사
과거 '주가조작 유죄' 주식 커뮤니티 추천종목들과 일치
'5종목 동시 하한가', SG증권발 사태와 다른 듯 닮은꼴(종합)
증권팀 = 5개 상장사가 14일 비슷한 시각에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 4월 말 불거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급락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아닌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사태가 과거 불공정거래로 유죄를 받은 한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연관됐을 수도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는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 종목이 해당 커뮤니티에서 추천한 종목들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SG증권발 사태 당시에는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대량 발생한 반대매매로 9개 종목 주가가 동시에 폭락하면서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라덕연씨가 주도한 주가조작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따라서 이날 벌어진 동시 무더기 폭락도 시세조종의 실체가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사들은 이날 매도 물량이 쏟아진 창구를 보면 CFD와 무관한 증권사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5개 종목 동시 폭락은 CFD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매도 창구에 이름을 올린 국내 증권사들은 모두 "CFD 거래는 전혀 없고 일반 매도 물량으로 파악된다"며 "종목이 하한가를 맞다 보니 손절매하는 물량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종목의 신용잔고율은 최소 2%대에서 최고 7%대 사이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평균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10%가 넘었던 '라덕연 사태' 종목들보다는 낮지만, 이른바 '빚투'에 따른 반대매매로 폭락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대한방직 등 투자 종목들이 증시에서 거래량이 적고, 자산주로 꼽히는 종목들이라는 점에서는 '라덕연 사태'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도 물량 창구를 보면 주로 국내 증권사들이라는 점에선 다르지만, 주가 패턴만 보면 SG사태와 유사한 게 있다"며 "거래량이 많지 않은 종목들이고, 2∼3년간 꾸준히 올랐다"고 지적했다.

대한방직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으나 거래량이 3만여주로 여타 다른 종목들과 비교해 많지 않다.

동일금속도 이날 거래량은 7만여주이지만 평소에는 하루 거래량이 1만주에 미달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거래가 적은 종목이다.

이들 5개 종목 주가는 전날 기준으로 2021년 1월 1일보다 최고 300% 가까이 올랐다.

이 기간 종목별 상승률을 보면 방림 281.68%, 만호제강 273.71%, 동일산업 189.86%, 동일금속 168.40%, 대한방직 36.17% 등 순으로 높았다.

동일금속 주가는 작년 말 1만8천원대에서 전날 3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번 급락 종목들이 모두 한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가 추천한 종목들과 일치한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는 이들 5개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와 신규호가 접수를 15일부터 중단한다며 불공정거래 풍문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커뮤니티 참여자 등이 다 같이 해당 종목을 샀다가 누구 한 명이 팔기 시작하니 다 같이 투매에 나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며 "해당 카페는 이전에도 주가 조작으로 이슈가 된 카페"라고 말했다.

해당 카페는 자신들이 증시에서 저평가된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정한 배당과 경영 참여 등을 요구하는 소액주주운동을 벌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커뮤니티의 대표는 주가조작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바 있다.

올해 초 대법원은 이 커뮤니티의 대표 A씨가 B사 등 특정 중·소형 종목을 선정해 통정매매를 하거나 유통물량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200억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당시 주가조작의 표적이 된 한 종목의 소액주주 연합 모임을 주도한 바 있다.

A씨는 이날 오후 해당 커뮤니티에 이번 사태와 전혀 무관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오늘 이들 종목의 하한가와 관련해 불공정거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선희 배영경 송은경 홍유담 이민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