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일 1270원대로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넉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71원40전에 마감했다. 2월 14일(1269원40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5원30전 내린 1283원에 개장해 장중 한때 1270원50전까지 떨어졌다. 이후 전일 1288원30전에 비해 16원90전 내린 채로 거래를 마쳤다. 3월 23일 29원40전 하락 후 가장 큰 낙폭이다. 환율은 지난 7일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베팅한 외국인 자금이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한 영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이날 낙폭이 특히 컸던 것은 14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 동결 기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강세가 나타난다.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엔 재정환율도 크게 내렸다. 오후 3시30분 기준 100엔당 910원97전으로 전날 같은 시간 기준가 923원74전 대비 12원77전 내렸다. 이는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지난해 국내 30대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30조원 넘게 급감했다. 반면 인건비는 3조원 넘게 늘었다. 2020년 플랫폼 기업과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급여 인상 물결은 2021년과 지난해 반도체, 전기전자, 조선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지난해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MZ세대 직원의 임금 인상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이에 두 자릿수 급여 인상률을 보인 기업도 상당수다.미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머서(MERCER)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기본급 인상률은 평균 3.4%다. 승진 인상액을 포함하면 총 인상분은 3.8%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해 8.5%나 상승했는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치열해진 고용시장에 물가 상승이 더해지면서 근로자들은 보다 높은 급여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듯하다. 많은 기업이 정기적인 연간 급여인상 외에 비정기(off-cycle) 임금인상과 연봉 초임을 상향시키는 조치를 취했다.인플레이션이 급여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임금인상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고물가가 다시 고임금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은 과연 인건비를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까? 수치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소비자물가지수 인상률는 0.5%에서 5.1% 사이다. 반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임금 인상률은 3.0%에서 4.7%로 비교적 안정적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인플레이션이 임금인상과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인플레이션이 급여 상승에 크게 영향을 미친 국가도 있다. 초인플레이션을 경험하거나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국가들이다. 튀르키예나 아르헨티나에서는 인플레이션 비용을 상쇄하는 조치로 추가 보상을 일시 지급하거나 매년 두 번의 급여인상을 하는게 보편적이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해 다른 국가에서는 초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이 보편적이지는 않다. 지난해의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물가는 일반적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려하는 만큼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인건비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급여 인상을 결정할 때 흔히 두 가지를 주요하게 고려한다. 우선 구성원의 생활수준 보장이다. 물가수준을 감안하여, 급여가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지 검토하고 이에 맞춰 급여인상 수준을 결정한다. 생활수준 보장만을 강조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인건비 상승의 주요 요인이다라는 결론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하지만 보상은 일에 대한 대가이자 생활수준 보장 외에도, 인재 확보·유지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가수준 이외에도 인재 확보·유지가 급여인상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플랫폼과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급여인상 물결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보는게 합리적이다. 임금을 크게 올리지 않으면 인재 이탈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앞다퉈 연봉 인상에 나선 모양새다.인재 확보·유지에 초점을 둔 급여인상 접근법은 시장의 임금수준 조사를 통해 보상수준의 경쟁력을 가늠하고 이에 맞춰 급여를 인상하는 방식을 취한다. 유사한 일을 하거나 유사한 경력을 가진 외부 인력에 비해 보상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이를 감안하여 높은 급여 인상을 전개한다. 이는 일의 시장가치 또는 인재의 시장가치를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인건비가 일 또는 사람의 수요-공급 함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치솟는 물가와 치열해지는 인재 전쟁 상황에서 급여인상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치는 높아지고 있다. HR은 과연 어떠한 보상전략과 대응 조치를 고민해야 할까?우선,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반드시 즉각적인 대규모 급여인상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인플레이션은 급여인상에 일부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높은 인플레이션 현상은 곧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물가의 변화보다는 치열해진 고용시장과 인재 수급 상황에 초점을 둔 보상경쟁력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많은 기업이 비즈니스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비즈니스 혁신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스킬 갭(Skill Gap)이다. 비즈니스 전환으로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스킬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스킬을 가진 인재는 조직 내부에는 부족하고 외부에서 영입하기에도 녹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HR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필요한 스킬을 보유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필요한 스킬에 대해서 노동시장 상황에 맞춘 민첩한 보상운영이 필요하다.지금까지 대부분의 조직은 연간 급여인상을 통해 인재부족과 스킬 갭을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시장은 보다 민첩하고 적극적인 보상 대응이 요구된다. 전통적인 연 단위 주기를 벗어나 상시적인 급여 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일괄적인 급여인상 보다는 선별된 직무나 인재군의 보상경쟁력을 강화하는 접근이 보다 전략적으로 보인다. 더불어 연봉인상이 장기적인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를 감안하면, 일시불 형태의 인센티브 또는 수당의 형태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한다.마지막으로, 보상인상에 대한 구성원의 기대감을 이슈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보상을 보다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급여 결정은 오랜 기간 동안 블랙박스 영역으로 간주됐다. HR은 급여 결정 기준에 대해 말을 아꼈고 구성원은 자신의 급여가 어떻게 책정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의 갑작스러운 급여상승 현상은 구성원에게 혼란을 야기한다. 구성원은 자신의 급여가 결정되는 기준 뿐만 아니라 경쟁사나 시장에 대비한 자신의 보상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길 원한다. 투명한 보상운영은 구성원의 기대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보상 투명성을 요구하는 MZ세대의 니즈에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한다.뜨거워진 인재 전쟁 속에서 특정 산업 또는 특정 인재와 스킬에 대한 보상수준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리라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이 단지 급여 때문에 다른 경력기회를 찾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이에 보상과 관련해 제기되는 이슈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킬 갭을 줄이고 보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 기업은 어떤 보상 전략을 펼칠지 고민해보자.김주수 MERCER Korea 부사장 / HR컨설팅 서비스 리더
월가에서 강세장에 들어선 S&P500지수의 운명을 두고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더 강한 랠리에 베팅하는 ‘황소’(강세론자)와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약세장을 우려하는 ‘곰’(약세론자)이 팽팽히 맞붙었다.대세는 황소들에게 넘어간 분위기다. 골드만삭스가 선봉에 섰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투자은행(IB)은 지난 9일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4000에서 4500까지 대폭 상향했다. 지금껏 랠리를 주도했던 기술주를 다른 종목들이 뒤따라 잡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S&P500지수가 강세장에 들어선 이후 선두 종목의 열기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던 사례는 1980년 이후 9차례 있었다”며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따른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골드만삭스의 편에 섰다. BoA는 S&P500지수가 “1분기 동안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들의 강세에 힘입어 ‘걱정의 벽’(고평가를 우려하면서도 상승장이 계속되는 현상)을 넘어섰다”며 내년 여름께 49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역사적으로 강세장 진입 시점으로부터 1년 뒤 S&P500지수가 평균 9.4% 상승했다는 데이터에 기초해서다. BoA는 이 지수가 4200선을 넘어선 뒤부터 시장에 포모(FOMO‧소외감) 심리가 확산하면서 ‘순환적’(cyclical)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1929년 이후로 이런 장세는 평균 33.6개월 지속되며 114.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JP모간은 13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점으로 S&P500지수가 한 차례 더 급등할 것이란 과감한 전망을 내놨다. CPI가 4.0~4.2% 범위에 머무를 경우 지수가 0.75~1.25%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다. JP모간은 4.0~4.2% 시나리오가 실현될 확률이 40%로 가장 높다고 봤다.반면 모건스탠리는 약세장 종료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S&P500지수가 24% 오른 뒤 상승세가 꺾여 최저점을 경신했던 사례가 있다는 반박이다. 마이클 윌슨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상황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S&P500지수는 올해 16% 내리막길을 걸은 뒤 내년이나 돼야 회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5% 가까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1%가량 빠질 거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