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정부 '자사주 소각' 유도 정책 나왔을 때 수혜 종목은?
“경영권 방어해야 하거나, PER 낮아질 종목 주목”
텔코웨어·한샘·신영증권, 대주주 지분율 20%대에서 40% 이상으로
코스피 합산 12개월 선행 PER 이하로 내려가는 덴티움·SK이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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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에 비해 한국의 상장사들은 주주가치 제고에 무관심하다는 불만이 많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사들이 내놓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이 쏠리며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불만은 아니다.

특히 상장사의 대주주가 자기주식(자사주)을 경영권 방어나 신설회사의 지배력을 키우는 데 활용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 활용이 끝난 자사주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주가를 찍어 누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을 유도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개최된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위한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자사주 제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고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세미나에서는 △자사주 보유 한도 설정 또는 강제 소각 △자사주 처분 시 신주 발행과 같은 절차 적용 △자사주 맞교환 금지 △합병·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시가총액 계산에서 자사주 제외 △자사주 관련 공시 강화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자사주 관련 규제가 강화돼 자사주 소각을 유도할 경우 자사주가 많고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 자사주를 제외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져 저평가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 마켓PRO는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이 20% 이상인 종목 중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 등의 보통주 지분율이 35% 이상으로 높아질 종목 △12일 종가 기준 자사주를 제외하고 계산한 12개월 선행 PER이 코스피 합산치인 13.12배 이하로 낮아지는 종목을 추렸다.

자사주 보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을 때 자사주를 소각해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종목은 SK, 미래에셋증권, 한샘을 비롯한 8개 종목이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경영권 방어 효과가 가장 뛰어난 종목은 통신 서비스 기업 텔코웨어로, 현재 27.5%인 최대주주 등의 보통주 지분율이 자사주를 전량 소각했을 때 47.42%로 확대된다. 현재 이 회사의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은 42.01%다.

신영증권(28.88%→45.31%), 한샘(28.25%→41.93%)도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대주주 등의 보통주 지분율이 40% 이상으로 늘어난다. 신영증권과 한샘의 보통주 자사주 지분율은 각각 36.26%와 32.63%다.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자료=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텔코웨어와 SK는 자사주를 소각했을 때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질 종목으로도 꼽혔다. 텔코웨어의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의 20.04배에서 11.62배로, SK는 8.88배에서 6.57배로 각각 하향된다.

임플란트업체 덴티움은 지분율 22.09%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면 현재 15.18배인 12개월 선행 PER이 11.82배로 저렴해진다.

자사주 지분율이 20% 미만인 종목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자사주 지분율 8.92%)의 12개월 선행 PER이 13.48배에서 12.28배로, 코스피 대비 비싼 수준에서 저렴한 수준으로 바뀐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