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론코퍼레이션이 리보핵산(RNA) 기반의 올리고핵산 항암제 ‘이메텔스타트’의 새로운 임상 3상 데이터 및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제론은 이메텔스타트의 품목허가를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할 예정이다. 국내 에스티팜이 원료를 공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12일(현지시간) 제론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개최된 유럽혈액학회(EHA) 연례회의에서 이메텔스타트 임상 3상의 추가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메텔스타트는 혈액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텔로머라아제 억제제다. 제론은 재발성 및 불응성 또는 적혈구 생성자극제(ESA)에 부적격인 저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MDS는 골수에서 적혈구와 백혈구 등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빈혈 및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급성 백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MDS 환자는 반복해서 수혈을 받아야 한다.

이메텔스타트 임상 3상의 1차 평가 지표는 8주차 수혈독립성(TI), 2차 평가지표는 24주차 TI다. TI는 치료 기간 중 적혈구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제론은 올해 초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의 8주차 및 24주차 TI가 위약 투여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EHA에서는 이메텔스타트의 유효성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분석 결과들을 제시했다. 이메텔스타트 치료군의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는 위약 투여군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MDS와 관련된 ‘대립유전자 빈도(Varyant allele frequency, VAF)’를 측정한 결과도 발표했다. VAF는 특정 질병에서 흔히 관찰되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빈도를 의미한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은 위약 투여군 대비 VAF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는 치료기전(MOA)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제론 측은 강조했다.

임상에 참여한 MDS 환자의 하위 유형을 분석한 결과도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은 텔로머라아제 활성(TA) 텔로머라아제 길이(TL) 및 인간 텔로머라아제역전사효소(hTERT) 등의 요소와 관계없이 모두 24주차 TI가 위약 투여군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메텔스타트 투여군 환자는 위약 투여군 대비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피로도가 적었다. 의미 있는 피로 개선이 처음 발생하기까지의 기간도 더 짧았다고 했다.

파예 필러 제론 최고의료책임자는 “이번 발표 결과는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된 저위험 MDS 환자에 대한 미충족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론은 이메텔스타트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초의 올리고 핵산 기반 항암제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올리고핵산 치료제는 뒤시엔 근이영양증 등 희귀질환에서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사용 범위를 확장해왔다.

업계에서는 올리고 핵산 치료제의 주요 원료인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에스티팜은 2021년 올리고핵산 치료제의 임상 3상용 원료의약품를 공급하는 계약 규모를 180억원으로 늘린다고 정정 공시했다. 이 신약의 글로벌 3상 결과는 2023년 초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계약 상대방은 미국 바이오텍이며, 경영상 비밀 유지 등을 위해 기업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공시의 대상 의약품이 제론의 이메텔스타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6월 13일 09시 37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