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추경안과 무관한 내용 연설하려 해…의회 모욕"
민주 "의장이 연설 사전 검열 초유의 일…공식 사과해야"
조희연 시정연설 놓고 서울시의회 충돌…회의 파행(종합)
12일 오후 개회한 서울시의회 정례회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시정연설 내용을 수정하라는 국민의힘 측의 문제 제기로 파행을 빚었다.

김현기 시의회 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끝난 오후 2시35분께 "양당 교섭단체 대표의 요청으로 잠깐 정회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오후 8시35분 현재까지 6시간 정회 상태다.

정회의 원인은 시의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둘러싼 갈등 탓이었다.

국민의힘 측에서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 원고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진행 순서를 바꿔 5분 자유발언을 먼저 하자고 요구하자 민주당 측에서 자세한 내용 파악을 위해 정회 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회 후 국민의힘 측에서 조 교육감에게 '주제에 맞는 연설을 해달라'는 의견을 보냈으나 조 교육감이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 국민의힘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시정연설이 앞서 제출한 추경안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어야 하나 조 교육감의 원고에는 기초학력 향상 조례안, 생태전환교육 조례 폐지안 등 예산안과 무관한 내용이 전체 12쪽 중 8쪽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 시정연설은 주제에 맞아야 하는데 조 교육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의회에서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본다"며 "저희로서는 정쟁하자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의회 민주당은 국힘 소속인 김현기 의장이 교육감의 시정연설을 사전 검열해 가로막은 것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교육감이 연설하려는 데 갑자기 의장이 막아 정회를 선언한 것 자체가 의회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충돌을 피하기 위해 정회했지만 독재의장, 사전검열 등의 내용을 적은 피켓을 제작해 항의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은 미리 배포한 시정연설문에서 '생태 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을 시의회가 발의한 데 대해 "기후 위기시대 과제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재고를 요청했다.

또 "기초학력 관련 학교 성적이 공개되면 학교 간 서열화 등 부작용과 우려가 존재한다"며 "타당성을 둘러싸고 의회와 교육청이 대법원에서 다투게 되는 상황이 출현했다.

대단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조희연 시정연설 놓고 서울시의회 충돌…회의 파행(종합)
정회 도중 시의회 양당은 날 선 논평을 내고 정면충돌했다.

민주당은 임규호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김 의장이 사전에 조 교육감의 시정연설문을 확인하고 내용에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으니 시정연설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의장 독재로 빚어진 초유의 시정연설 검열사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정연설의 내용에 대한 불만과 지적은 이후 상임위원회 등 회의와 본회의 발언 등으로 하면 될 일"이라며 "의장의 독재적 행태와 일정 중단에 엄중 항의의 뜻을 표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민의힘은 김종길 대변인 논평에서 "법적 다툼 중인 사안에 대해 교육청의 일방적인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인데 수업 시간에는 그 수업에 관한 말씀을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조례안을 상정하지 말라는 요구 역시 몰상식한 처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교육감은 심지어 발언에 들어가기도 전에 관련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의회 본회의장을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자리로 쓰려는 것"이라며 "상식에 대한 도전이고 천만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11대 시의회는 작년 7월 출범 이후 진보성향인 조 교육감과 기초학력 조례, 학생인권조례 등을 두고 계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