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얼추 거의 맞히는 AI
챗GPT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챗GPT가 없었더라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을 인공지능(AI) 기술들이 기죽어 있는 듯한 모양새다. 그중 하나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불리는 텍스트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고, 미드저니라는 서비스가 가장 유명하다. 입력하는 텍스트의 수준에 따라 애니메이션부터 사진, 유화, 수채화는 물론이고 유명한 미술가가 살아 돌아온 듯 유려한 화풍을 펼쳐낸다. 텍스트를 입력하는 수고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그 노력 대비 나오는 결과가 워낙 수준이 높으니 기성 작가들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비스를 써볼수록 느끼는 점은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AI는 학습을 통해 특정한 기능을 사람처럼, 혹은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해내는 놀라운 기술이지만, 그 혁신의 이면에는 기술적 모호함이 존재한다. 학습을 통해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은 학습한 데이터들의 패턴, 규칙성을 찾아내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AI는 그 정확도가 어떤 경우에도 100%가 되지는 않는다. 본 데이터들의 규칙을 100% 찾았다는 것은 모조리 ‘외웠다’는 뜻이고, 외우게 되면 새롭게 만나는 외부 환경에는 유연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학습된 AI는 그 내부의 동작 원리를 명확히 알 수가 없다. 학습을 통해 뛰어난 기능을 갖지만 왜 그렇게 뛰어나게 일을 잘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모호함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AI의 학습을 ‘얼추 거의 맞기(PAC·probably approximately correct) 학습’이라고도 한다. 학습데이터(예시)로부터 보편성(패턴)을 추측하다 보니 100% 정확한 모델을 만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관점으로 AI를 바라보면 미드저니가 잘은 그리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하는 것도, 챗GPT가 엉뚱한 말을 뱉는 것도 ‘얼추’ 이해가 된다.

이 점이 AI의 약점이긴 하지만, 만약 이 약점을 보완한다면? AI를 활용하는 개인이나 기업이 주목해야 할 점을 묻는다면 “이 약점을 보완하라”고 하고 싶다. AI를 정교하게 혹은 정확하게 사용하거나 기존 모델을 더 정교하게, 정확하게 만들어내는 데 ‘부가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AI의 역량을 120%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지시어(텍스트)를 만드는 직업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한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연봉 4억원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뽑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역할이 바로 AI를 ‘정교’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 얼추 거의 맞는 AI에 정확성을 부여하는 데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