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만화출판사들이 온라인 웹툰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기존 출판 만화를 온라인·모바일 환경에 맞춰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웹툰과 같은 세로 스크롤 형태의 콘텐츠 발굴에도 나섰다.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에 이어 강력한 지식재산(IP)을 보유한 일본 업체들이 웹툰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네이버, 카카오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슈에이샤 “글로벌 히트가 목표”

日 '드래곤볼' 출판사도 웹툰 시장 뛰어든다
1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표 만화출판사인 슈에이샤는 최근 세로 스크롤 만화에 특화한 새로운 서비스 점프툰을 내년에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출시에 앞서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기 위한 공모전 ‘점프툰 어워드’를 오는 8월 말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슈에이샤는 1968년부터 일본 대표 만화잡지인 ‘소년 점프’를 출간하고 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 ‘원피스’ 등 일본 대표 만화 상당수가 이 잡지에 연재됐다. 슈에이샤는 온라인 웹사이트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잡지에 연재 중인 작품이 중심이다. 새로 출시하는 서비스는 ‘세로 스크롤 만화 서비스’라고 명시해 차별점을 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재능을 적극 발굴해 글로벌 히트를 목표로 한다”고 밝혀 글로벌 웹툰 시장 진출도 예고했다.

또 다른 일본 유명 출판사 고단샤는 지난달 미국에서 ‘K망가’ 플랫폼을 출시했다. 이 회사는 ‘소년 매거진’ ‘영 매거진’ 등 만화 잡지를 통해 ‘진격의 거인’ ‘아키라’ ‘공각기동대’ 등 많은 유명 만화를 배출했다. K망가 플랫폼에서는 웹과 앱을 통해 연재 중인 70종을 포함해 400여 종의 만화를 읽을 수 있다. 일부 회차는 무료로 볼 수 있고 나머지를 보려면 결제해야 한다. 일본 주요 콘텐츠기업이 웹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네이버, 카카오 등 한국 웹툰산업의 발전에 일본 만화업계가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웹소설부터 웹툰, 영상 제작·유통 등 하나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일본은 만화가 인기를 얻으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본 업계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얘기다.

적자 못 벗어난 네카오 ‘긴장’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도 최근 웹툰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은 일부 회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 회차는 유료로 보거나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 수익 모델을 도입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도입한 한국 웹툰의 대표적인 수익모델이다. 애플도 같은 달 전자책 플랫폼 애플북스를 통해 ‘세로로 읽는 만화(다테요미망가)’ 페이지를 내놨다.

다양한 업체가 웹툰 시장에 진출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긴장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아직 웹툰사업에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을 잡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빅테크가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면 수익을 내기도 전에 경쟁이 격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