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유사랑이 들려준 '중용의 재즈' [리뷰]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재즈 연주도 비슷하다. 과하게 템포를 끌어올리면 관객은 쉽게 지친다. 너무 차분하면 관객 입에선 하품이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코튼클럽 사운즈한남에서 열린 유사랑 퀸텟 공연을 보면서 '중용'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보컬(유사랑) 피아노(전상민), 베이스(리 제임스), 드럼(김정훈), 하모니카(이한결) 등 무대에 선 누구 하나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아서다.

주인공은 있었다. 재즈 디바 유사랑과 하모니시스트 이한결. 유사랑은 스캣(재즈에서 목소리로 가사 없이 연주하듯 음을 내는 창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노래를 갖고 놀았다.

이한결의 하모니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손바닥만한 하모니카로 색소폰 못지 않은 풍성한 음을 만들어냈다. 고음에서 저음부로 단숨에 흘러가는 아르페지오 연주도 일품이었다. 포크송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하모니카는 재즈와도 궁합이 좋았다.

'차가운 피아노'와 '뜨거운 보컬'도 생각보다 잘 섞였다. 피아니스트 전상민은 이날 공연에서 쿨 재즈 스타일의 연주를 선보였다. 박자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또렷한 음정을 들려줬다. 반면 보컬 유사랑은 즉흥 연주를 쏟아냈다. 스캣을 섞어가며 리듬을 박진감 있게 이끌어갔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니, 그야말로 '냉정과 열정 사이'였다.

서로 스타일이 다른 피아노와 보컬의 중심을 잡아준 건 드럼과 베이스였다. 둘은 공연 내내 템포를 일정하게 조정하며 보컬과 하모니카, 피아노가 빛을 낼 수 있도록 도왔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준 여백 위에 보컬과 하모니카, 피아노가 멋진 그림을 그린 것이다.

공연장은 아담하고 포근했다. 코튼클럽 사운즈한남은 뉴욕 할렘 142번가 재즈 바인 코튼클럽을 본뜬 곳이다. 붉은색 커튼과 1920년대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재즈가 땡기도록' 꾸몄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