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 스카이'에선 누구나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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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배세연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부야 스카이는 빌딩 최상층에 있는 야외전망대로, 2019년 문을 연 이래 시부야의 관광명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도쿄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라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새의 시선으로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도쿄에는 많은 전망대들이 있지만 이 곳 시부야 스카이는 야외전망대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천장의 역할을 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네 면은 모두 유리로 설치되어 있어 하늘 아래 땅만이 있는 하나의 장소로 존재한다. 이러한 시부야 스카이는 한없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이곳은 방문객들을 자유롭게 두지 않고, 땅을 활용하여 철저하게 계획된 경험을 유도한다.
땅의 중앙에는 단을 켜켜이 쌓아 만든 하나의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의 레벨에 따라 사람들은 다양한 행동을 한다. 계단을 계속 오르내리고, 계단에 앉아있고, 평지에 누워있고, 가장 높은 지점에서는 정상에 선 포즈를 취한다. 이렇게 땅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행위들이 약 230m 높이에 형성되어 있는 땅과 닮은 무대에 그대로 구현된다. 공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바닥은 인간의 몸과 가장 가깝게 닿아있는 요소로, 사람들의 행위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시부야 스카이는 이 바닥의 조성을 통해 단순한 조망을 넘어 전망대에서의 새로운 행위를 이끌어내고 있다.

경관을 보는 방식도 그냥 두지 않는다. 시부야 스카이의 유리벽을 따라 걷다가 햇볕에 익은 땅이 뜨겁게 느껴질 즈음에는 앉아서 편하게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소파가 늘어선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조금 더 편하고 싶으면 누울 곳도 마련되어 있다. 해먹이 설치된 곳에 누우면 시선은 하늘로 향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 더 멀어질 수 있다. 전망대는 대개 보는 경험이 주가 되는데 시부야 스카이에서는 이처럼 보는 경험에 다양한 방식을 부여하였다. 이로써 사람들은 가장 자유로워 보이는 장소에서 계획된 조망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경험들도 47층 높이에서 도시의 경관을 내려다보는 그 단순한 경험을 압도하지는 못한다. 한눈에 펼쳐지는 도시의 경관에 까닭 모르게 내뱉은 탄성만큼 강렬한 기억은 없다.

“멀리서 봐야 예쁘다.”
특히 도시에 있는 전망대는 몇 분 전까지 일상의 배경이었던 장소를 비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장소는 이내 하나의 패턴으로 인지된다. 이로써 복잡한 세상은 단순해지고 우리는 조금 더 편안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