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형의 런던eye] 英 입맛 잡은 K푸드…다양성 증가는 한류의 진화
영국 음식은 예로부터 “맛이 없다” “특별한 게 없다”라고들 하는데 그건 주변 ‘맛집국가’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때문에 생겨난 오명이라고 할 수 있다. 런던에는 매년 4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맛있는 음식을 소비하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것은 K푸드 열풍이다. K푸드는 블랙핑크, BTS 등 인기 가수들의 영향과 함께 ‘오징어 게임’ ‘기생충’ ‘더 글로리’ 등 문화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K푸드의 인기 비결은 뭘까? 우선 맛과 가성비가 좋다. 현지인들의 입맛에 딱 맞고 기존 식당보다 가격도 경쟁력이 있다. 한식은 영국 현지식보다 저렴한 편이며 특히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가 있다. 두 번째를 꼽자면 깔끔한 실내장식이라고 하겠다. 한식당은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마지막으로는 직원의 현지화를 들 수 있다. 홀이나 주방에 근무하는 직원 중 영국인이 많고 기존 영국식당과 달리 참 친절하다.

K푸드를 취급하는 대형마트와 한국인 또는 외국인이 운영하는 정통·퓨전 한식당이 늘어나면서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대개 세 가지 전략으로 현지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첫째, 기업 A는 우리 말을 사용한 직접적인 표현으로 식당 이름을 정해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고기, 불고기, 분식, 포차 등 고유한 한글식 영어로 현지 사람들과 관광객을 끌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해서 “그거 먹어봤니”라고 맛을 몸으로 느끼도록 한다. 말하자면 체감형 식당이다.

둘째, 기업 B는 홍대포차, 청담, 시부야 등 우리나라와 일본 지명을 따온 식당을 여러 곳 운영하고 있다. “거기 가봤니”라고 고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홍대포차를 가면 홍대의 젊음과 흥을 보여주고 청담을 가면 고급화된 깨끗한 인테리어와 맛을 보여준다. 시부야는 도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런던의 시부야는 아이스크림, 와플 등 디저트 ‘핫플’이다. 기업 B는 고객의 동경과 향수를 자극하는 연상형 식당이다.

셋째, 기업 C는 ‘요리(Yori)’라는 이름으로 런던뿐 아니라 케임브리지 등지에 총 12개의 지점을 운영하며 계속 확장하고 있다. 기업 C는 메뉴 및 음식조리법 표준화를 통해 맛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C는 확장형 식당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첼시 플라워쇼가 지난달 개막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왕실 가족이 매번 방문한 곳으로 영국 상류사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행사다. 올해도 찰스 3세 국왕 내외와 왕세자빈이 행사장을 방문해 개막의 의미를 더했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황지해 작가가 출품해 12개의 대형정원(Show Garden)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한류는 다양성을 통해 대중문화를 이끌어가고 그 인기와 창의성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한류 사례가 증가하면서 한류는 대중성을 확보하면서도 고급화되는 방향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디테일은 가슴에 있다”는 황 작가의 말처럼, 한류를 계속 진화시키려면 창의적인 많은 열정이 요구된다. 한류의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