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불참에 경사노위 재편론…"노조 미조직 86% 근로자 고려해야" 지적
복귀 늦어지고 노동 개혁 지지부진하면 재편론 힘 실릴 듯
노동계 복귀 요원한 경사노위…청년·여성·비정규직 늘어날까
노동계를 대표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참가해온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경사노위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여당 일각에서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의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참에 경사노위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지난달 말 전남 광양에서 벌어진 한국노총 산하 최대 산별 조직인 금속노련 집행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문제 삼아 지난 7일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체포 과정과 이후 구속이 불참 선언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이면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에 대한 한국노총의 반발이 자리 잡고 있다.

강경 진압 이전에도 한국노총은 '주 52시간제 유연화'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임금체계 개편 방안 등 정부의 노동 개혁에 반대해왔다.

이후 정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추진하고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축소를 언급하자 감정의 골이 깊어지다가 이번 강경 진압으로 뇌관이 터진 것이다.

민주노총은 1999년부터 경사노위(당시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고, 한국노총은 몇 차례 불참·탈퇴와 복귀를 반복했다.

최근으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월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사정위가 경사노위로 바뀌면서 복귀했다.

한국노총이 다시 경사노위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불참 선언 하루 뒤인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순히 사과하고 (구속된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석방하고 이런 것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라며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이 노동자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 복귀 요원한 경사노위…청년·여성·비정규직 늘어날까
하지만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한국노총의 복귀를 끌어내기 위해 노사 법치주의 원칙을 깨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노총에서 저렇게 선언하면 정부에서 난리가 나서 장관부터 나서서 설득하는 식이었다"며 "우리는 과거 정권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강경 진압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은 흉기를 휘두르며 경찰 진압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진압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도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김 사무처장이 초래한 일이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노동 개혁에 대해서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단언한다.

노정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 경사노위 전면 재편론을 들고나와 주목된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8일 CBS 라디오에서 "이참에 경사노위를 재편했으면 좋겠다"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점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는 18명으로 이뤄진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각 1명,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5명,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5명, 정부를 대표하는 위원 2명,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 4명이다.

민주노총 불참으로 실제로는 17명으로 운영돼왔다.

경사노위법에 따르면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 대표자, 그리고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원장이 제청한 사람이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위촉된다.

여기서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는 사실상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의미한다.

하 의원처럼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노조 조직률이 14.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14.2%는 우리나라에서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임금 근로자 2천58만6천명 중에서 노조 조합원(293만3천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293만3천명 중에서 한국노총 소속은 123만8천명(42.2%), 민주노총 소속은 121만3천명(41.3%)이다.

이처럼 임금 근로자 가운데 양대 노총 소속 비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양대 노총(사실상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도 연합뉴스 통화에서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노조에 속하지 않은 86%(85.8%)의 임금 근로자를 더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는 경사노위 재편론과 관련해 "아직은 당내에서 공식 논의된 바 없는 사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 강경 진압 이전에 이미 여당에서 경사노위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지난 4월 청년,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경사노위 근로자 대표 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가 늦어지고 노동 개혁에도 진전이 없을수록 경사노위 재편론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복귀 요원한 경사노위…청년·여성·비정규직 늘어날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