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기업들이 설치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8일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기업들이 설치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김기남 한국경제매거진 기자
“금융업은 반도체산업과 굉장히 비슷합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분리된 것처럼 금융상품도 제작 작업과 설계·유통 작업이 분리될 겁니다.”

대출 비교 플랫폼 업체 ‘핀다’의 이혜민 대표는 8일 열린 ‘한경·INF컨설팅 산업플랫폼 혁신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핀테크 시장과 디지털 뱅킹 플랫폼의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연설에서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기존엔 대출과 같은 금융상품을 제작하는 일과 설계·유통을 특정 금융회사가 모두 했다면 지금은 대출 제작 작업을 금융사가 하더라도 설계·유통은 대환대출 플랫폼과 같은 핀테크 업체가 수행하며 시장이 분리되면서 발전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분업화한 반도체 시장에서 제작에 집중한 TSMC와 설계에 집중한 엔비디아는 크게 성장했지만, 통합전략을 고수한 인텔은 시장에서 뒤처졌다”며 “금융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업역의 한계도 사라지고 있다”며 “이미 미국 금융시장에선 애플이 금융 라이선스 없이 금융상품을 유통한다”고 덧붙였다.

핀다는 은행업 라이선스가 없는 핀테크 업체다. 이 대표는 “핀다는 금융상품의 설계·유통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기아, 배달의민족 등과 함께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 모델을 개발해 보다 나은 금융상품을 개발(설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선 기존 시중은행도 핀테크 업체처럼 플랫폼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영전략연구실장은 “한국 금융시장은 금융사들이 새롭게 유치할 고객이 더 이상 없는 제로섬(zero sum) 시장”이라며 “기존 금융 비즈니스로 다른 금융사의 고객을 뺏는 것이 어려운 시기가 됐기 때문에 비금융 플랫폼을 이용해 비금융 고객을 금융 고객화하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 실장은 금융을 벗어나 비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비욘드 파이낸스(beyond finance)’ 전략의 롤모델로 중국 핑안보험을 꼽았다. 그는 “핑안보험은 고객에게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고객을 끌어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금산분리) 규제가 없어 금융사가 자연스럽게 비금융 플랫폼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비욘드 파이낸스 전략을 펼치기 위한 대전제는 규제 해소”라고 강조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