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동산 신탁계약에서 “부동산 신탁을 맡기는 쪽이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신탁원부에 기재했더라도, 신탁을 맡은 수탁자가 제3자에 대한 관리비 납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3일 경기 시흥의 한 집합건물 관리단 A가 신탁사 B와 시행사 C를 상대로 낸 관리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신탁사 B는 2019년 2월 건물의 소유주인 시행사 C와 5개 호실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B사가 부동산 관리를 맡는 수탁자로, C사가 부동산을 신탁하는 위탁자로 설정됐다. 계약서에는 “위탁자(C사)는 건물의 보존·유지·수선 등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세금과 공과금 등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내용은 신탁원부에도 등재됐다. 신탁원부는 부동산 신탁계약의 상세 내용을 기록해 해당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공시하는 문서다. 그러나 시행사 C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관리비 5500여만 원을 연체하자, 관리단 A는 C사와 신탁사 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관리단 A는 신탁계약으로 인해 건물의 소유주가 된 신탁사 B 역시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1·2심은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부담 주체가 위탁자인 C사로 명시됐고, 해당 계약서가 신탁원부에 등기됐다는 점을 들어 신탁사 B에 관리비 납부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신탁사 B에도 관리비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등기된 신탁계약서의 모든 내용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층간소음을 사과하고자 집에 찾아온 이웃 여성을 향해 흉기를 들고 협박한 남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3일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호 판사는 특수재물손괴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A씨는 2023년 4월 22일 인천시 연수구 공동주택에서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40대 여성인 이웃 B씨의 집 현관문 야구방망이로 내리쳐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이어 A씨는 7개월 뒤 B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사과하려고 자신의 집에 찾아오자 흉기를 든 채 협박했다.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에 아무런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초범"이라며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했고 반성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피해자가 이미 이사해 피고인이 다시 범행할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경기 북부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3·1절 지인들과 카페에서 '정치 얘기'를 나누다,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지인이 "정치 얘기 크게 하면 시비가 걸린다"며 "최근에 식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했다가 중년 남성들과 시비가 걸린 적이 있다"고 만류해서다.이처럼 국민이 느끼는 '사회갈등' 정도가 2년 연속 상승해 2018년 관련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3일 나왔다. 가장 심각하게 여긴 갈등은 '진보와 보수' 갈등으로, 정치 양극화 문제 해소에 여야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9월 19∼75세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4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 정도는 4점 만점에 3.04점으로 나타났다.2018년 이후 여섯 차례 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 사회 갈등 정도는 2018년(2.88), 2019년(2.90), 2021년(2.89), 2022년(2.85), 2023년(2.93)으로 소폭 오르내리다가 2024년 3.04점으로 3점대로 올라왔다.여러 갈등 유형 중 응답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여긴 갈등은 '진보와 보수'였다. 2018년 3.35점이었던 이 유형 갈등 정도는 2023년 3.42점에 이어 2024년 3.52점으로 상승했다.진보와 보수 갈등 유형의 상승세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회미래연구원 '한국의 정치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양극화 정치 특징 13가지로 △극단적 당파성에 따른 무책임한 정당 정치 △정당 내 파벌 양극화, △정책이나 이념적 차이보다 권력 이슈로 갈등하는 정치 △공존과 협력을 어렵게 하는 혐오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