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 인력 70% 지자체 넘어가…"단체장 권한 비대화" 우려
전북자경위, 자치경찰 이원화 일방 추진…경찰 "발표하고 알아"
전북자치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모델 지역'을 추진하면서 경찰과 최소한의 논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제도 개편을 위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북경찰청의 소통 부재로 지역 치안 행정에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병기 전북경찰청 자치부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모델 지역에 전북이 포함된 것을 언제 인지했느냐는 물음에 "(자치경찰위원회가) 발표하고 알았다"고 답했다.

양 기관의 의견 수렴 없이 절차가 진행돼 일선에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맞는 말씀"이라면서도 "전북이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지역으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렇다 저렇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발언대로면 지난 4월 전북자치경찰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 경찰제도발전위원회에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모델 참여를 요청했을 때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경찰관의 의견은 배제한 것이다.

전북을 비롯해 세종, 제주, 강원에서 추진하는 자치경찰 이원화는 경찰이 도맡았던 교통과 여성·청소년, 생활안전 분야 업무와 인력을 지자체로 넘기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 경우 전북경찰청 소속 5천여명의 경찰관 중 70%에 해당하는 3천500여명이 자치경찰로 넘어가게 된다.

비대한 경찰권 견제와 지방분권 취지의 정책이지만, 견제 장치 없이 시행하면 인사권을 가진 시·도지사의 몸집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르는 제도다.

전북자경위, 자치경찰 이원화 일방 추진…경찰 "발표하고 알아"
당장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전북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단 한 번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이원화 시범 지역을 추진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치경찰 이원화가 시행되면 지자체장이 예산 편성과 정책에 관여하게 돼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질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장의 권한 비대화를 막을 수 있도록 직협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경찰관들은 이원화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전북경찰청은 오는 9일 경찰청이 이원화 시범 실시와 관련해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 계급별로 인원을 어느 정도 선정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부분은 없기 때문에 의견 수렴 이후에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전북자치경찰위원회는 지난 4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제도발전위원회가 자치경찰 이원화 시범 지역으로 전북을 추가 권고한 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전북의 이원화 모델이 전국형 모델로 확산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이원화를 전제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시·군이 함께하는 진정한 자치경찰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