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준지까지 기재하라니" vs "선거권자 확인을 위해 꼭 필요"
권익위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 시정 권고…원주시 "잘못된 근거에 판단한 오류"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찬반 논란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에 관한 적법성 및 필요성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주민번호 수집 적법성' 논쟁으로 번진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보존·재생을 주장하는 시민단체가 원주시 조례에 따라 시민 250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시정정책토론을 시가 18세 이상 선거권자의 자격 확인을 위해서는 반드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다며 보완 요청하면서 논쟁은 시작됐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시의 보완 요청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인 만큼 이를 취소하라고 시정 권고하자, 시는 잘못된 근거에 따른 판단 오류라며 권익위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 "250명 청구 주민의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까지 기재하라니"
극장 보존을 주장하는 아카데미 친구들(이하 아친)이 원주시에 시정정책토론을 청구한 것은 지난 3월 7일이다.

'주민번호 수집 적법성' 논쟁으로 번진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2022년 1월 시가 32억원의 예산을 들여 매입한 아카데미극장의 재생 방안을 공개적으로 토론·논의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면서 아친은 시민 250명의 성명·생년월일·연락처·주소 등이 기재된 서명부를 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즉각 반려하고 보완을 요청했다.

토론 청구권자는 '선거권이 있는 주민'이어야 하는데, 제출된 서명부의 개인정보만으로는 청구인들이 18세 이상 선거권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어 주민등록번호와 등록기준지 등 개인정보를 추가 기재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자 아친은 시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하는 행위이고, 등록기준지는 일반인들이 알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민원 청구의 서명부와 관련이 없다고 맞섰다.

결국 아친은 지난 3월 13일 권익위에 '시의 보완 요청은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인 만큼 부당하다'며 시정 권고를 신청했다.

그사이 시는 시정정책토론 청구일로부터 한 달여 뒤인 4월 11일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많은 논란과 우여곡절 끝에 5월 3일 '아카데미 철거 및 문화 공간 조성'을 골자로 한 공유재산계획 변경안에 이어 철거 예산안 역시 같은 달 25일 원주시의회를 통과, 철거 절차만 남게 됐다.

◇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권익위, 원주시에 보완 요청 취소 권고
시정정책토론 청구 논쟁의 불씨는 권익위가 아친의 손을 들어주면서 되살아났다.

'주민번호 수집 적법성' 논쟁으로 번진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권익위 제1소위원회는 아친 측이 제기한 신청 사건에 대해 "과도한 개인정보 요구로 부당하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타당한 이유가 있다"며 "청구서류 보완 요청을 취소할 것을 시정 권고한다"고 지난달 22일 의결했다.

이어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통해 성명, 생년월일 등으로 결격사유를 조회해 선거권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며 "행정작용은 행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아친은 지난 1일 권익위 의결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 강원도당은 "권익위의 권고 결정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당연한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뒤 "적법한 시정정책 토론을 거부한 원주시는 권익위의 권고를 수용하고 시정정책토론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잘못된 근거로 잘못 판단한 오류 있어"…원주시, 행안부에 정식 질의
원주시는 권익위의 시정 권고는 존중하나 판단에는 오류가 있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민번호 수집 적법성' 논쟁으로 번진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
시는 7일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결격 사유 조회는 주민등록번호 없이는 조회가 불가능하다고 해당 업무 처리 지침에 명시돼 있는데도 권익위는 잘못된 근거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기본법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범위란 필요하지 않은 서류는 요구하지 말라는 취지"라며 "청구인의 요건을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개인정보인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정정책토론 청구 시 아친이 제시한 개인정보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조회할 수 있는지 살폈으나 현행법상 정보 주체가 동의하지 않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위법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는 권익위 의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행정안전부에 정식 질의해 답변받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