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못 쓴다…건물에 갇힌 '심장충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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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6개월 넘었는데도 AED 관리 '허술'
보건소 등 AED 의무설치지역
10대 중 8대가 건물내부 비치
저녁 6시 문닫으면 사용 못해
여기저기 찾다 골든타임 놓쳐
위치 앱도 불명확해 허탕 일쑤
보건소 등 AED 의무설치지역
10대 중 8대가 건물내부 비치
저녁 6시 문닫으면 사용 못해
여기저기 찾다 골든타임 놓쳐
위치 앱도 불명확해 허탕 일쑤
“자동심장충격기(AED)가 필요하면 근처 행정복지센터나 보건소를 찾지 않을까요.”
지난 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7번 출구 앞에서 만난 시민 김재희 씨(38)는 “AED가 필요하면 어디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잠실역 인근에 있는 잠실6동 행정복지센터, 송파구보건소 등 공공시설은 업무시간이 끝난 관계로 건물 내부에 설치된 AED를 사용할 수 없었다.
급성 심정지 환자를 위해 비치하는 AED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외에서 대규모 심정지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사고 현장 주변의 AED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AED는 정지한 심장에 고압 전류를 보내 환자 생존율을 세 배가량 높일 수 있는 장비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AED는 2018년 3만5646대에서 지난해 6만2486대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공공보건의료기관 △다중이용시설 등 의무설치지역에 마련된 AED는 지난해 기준 3만1842대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의무설치지역 AED의 77.5%인 2만4695대가 건물 내부에 설치돼 있어 야간에 발생한 긴급상황에는 접근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ED가 설치된 의무설치지역은 대부분 공공기관으로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시설이 많다. 일례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는 AED가 설치된 226개 시설 가운데 내부에 설치된 70여 곳은 오후 6시 이후 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중 일부 시간이라도 사용이 불가한 시설로 확대하면 전체의 절반 수준인 112곳에 제약이 있었다.
의학계에서는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 4분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4분 내 AED를 병행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8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AED가 내부에 비치된 건물이 문을 닫은 경우 이동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잠실6동 행정복지센터는 오후 6시 이후 건물이 폐쇄된다. 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오후 6시 이후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최단거리에 있는 에스코어주식회사 건물 13층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자가 이 시설의 AED를 찾기 위해 왕복 이동해본 결과 최소 15분이 소요됐다.
AED 위치 자체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과 국립중앙의료원 웹 페이지에서 AED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위치 표시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인근 AED를 검색하면 현대건설영동대로지하공간복합개발3공구현장 내 신라스테이 앞 현장 응급구조함이라고 표시된다. 이 정보를 보고 찾아가도 ‘현장 응급구조함’ 위치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AED를 시민들이 위급상황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AED 사용률이 낮은 것은 건물 내부에 비치돼 특정 시간대에는 접근이 안 되는 영향도 크다”며 “건물 내부에 비치된 경우 건물을 폐쇄하더라도 AED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설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지난 5일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7번 출구 앞에서 만난 시민 김재희 씨(38)는 “AED가 필요하면 어디로 갈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잠실역 인근에 있는 잠실6동 행정복지센터, 송파구보건소 등 공공시설은 업무시간이 끝난 관계로 건물 내부에 설치된 AED를 사용할 수 없었다.
급성 심정지 환자를 위해 비치하는 AED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야외에서 대규모 심정지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사고 현장 주변의 AED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AED는 정지한 심장에 고압 전류를 보내 환자 생존율을 세 배가량 높일 수 있는 장비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AED는 2018년 3만5646대에서 지난해 6만2486대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 △공공보건의료기관 △다중이용시설 등 의무설치지역에 마련된 AED는 지난해 기준 3만1842대로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의무설치지역 AED의 77.5%인 2만4695대가 건물 내부에 설치돼 있어 야간에 발생한 긴급상황에는 접근에 제약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ED가 설치된 의무설치지역은 대부분 공공기관으로 오후 6시가 되면 문을 닫는 시설이 많다. 일례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는 AED가 설치된 226개 시설 가운데 내부에 설치된 70여 곳은 오후 6시 이후 사용이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중 일부 시간이라도 사용이 불가한 시설로 확대하면 전체의 절반 수준인 112곳에 제약이 있었다.
의학계에서는 심정지가 발생한 이후 4분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4분 내 AED를 병행해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80%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AED가 내부에 비치된 건물이 문을 닫은 경우 이동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잠실6동 행정복지센터는 오후 6시 이후 건물이 폐쇄된다. 행정복지센터 인근에서 오후 6시 이후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최단거리에 있는 에스코어주식회사 건물 13층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자가 이 시설의 AED를 찾기 위해 왕복 이동해본 결과 최소 15분이 소요됐다.
AED 위치 자체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과 국립중앙의료원 웹 페이지에서 AED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위치 표시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다.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인근 AED를 검색하면 현대건설영동대로지하공간복합개발3공구현장 내 신라스테이 앞 현장 응급구조함이라고 표시된다. 이 정보를 보고 찾아가도 ‘현장 응급구조함’ 위치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AED를 시민들이 위급상황에서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AED 사용률이 낮은 것은 건물 내부에 비치돼 특정 시간대에는 접근이 안 되는 영향도 크다”며 “건물 내부에 비치된 경우 건물을 폐쇄하더라도 AED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 설치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